서울 논현동에서 치킨집 세 곳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요즘 한 소비자 때문에 영업을 사실상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A씨 가게에서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한 소비자는 “치킨을 먹고 배탈이 났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A씨는 음식값을 환불해주는 한편, 보험사에 가입한 ‘음식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 피해 보상 금액을 처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해당 소비자는 진단서 끊기를 거부하면서 매일 수십 통씩 전화를 걸어 폭언을 했고, 배달 앱에 일부러 계속 주문을 넣으며 ‘주문 시 요청 사항’에 ‘당장 전화 받으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A씨는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사건 접수조차 제대로 안 해주더라. 배달 업체 본사도 ‘방법이 없다’고만 했다. 너무 힘들고 지쳐 장사를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달 플랫폼 업체 쿠팡이츠에 입점한 한 자영업자가 ‘새우튀김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니 환불해달라’는 한 소비자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뇌출혈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 지난 5월입니다. 이후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악성 리뷰 노출 차단을 위한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악성 소비자 민원에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올해 들어서만 악성 민원 소비자 때문에 생기는 고통을 토로하는 글만 80건쯤 올라왔습니다. 특히 “자영업자도 블랙컨슈머(악성 고객)를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글에는 2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그러나 ‘고객 개인 정보’를 자영업자에게 노출시킬 순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쿠팡 이츠가 최근 그나마 ‘악성 리뷰 가리기’ ‘악성 민원 소비자 6개월 이용 제한 조치’ 등을 새롭게 대안으로 내놓은 정도입니다. 소비자 편의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이유 있는 호소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배달의민족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김종민 사무국장은 “우리가 바라는 건 악성 고객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