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료 인상안을 잇따라 발표하자,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고, 내년엔 최저임금까지 더 뛰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까지 오르면, 소상공인들의 고정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최저임금부터 건강보험, 고용보험까지 뭐든지 오르고만 있다” “정부가 선심 쓰듯 돈 뿌리면서 빈 곳간을 왜 우리가 채우느냐”는 비판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용 부담도 문제지만, 정책 실패로 인한 비용을 애꿎은 소상공인들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분노하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가가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줄줄이 오르는 고정 비용들

정부는 지난 1일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료를 현행 1.6%에서 1.8%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엔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도 내년부터 1.89%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내놨다. 이 보험료들은 사업주와 직원들이 절반씩 부담한다.

정부의 잇따른 보험료 인상안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창호 전국 호프·음식점연합회 대표는 “당장 직원 월급도 못 줄 정도로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할 여력이 없다”며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업주들은 결국 사람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홍삼 판매점은 영업을 중단해 셔터가 굳게 닫혀 있었다. 4단계 거리 두기 조치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최저임금·보험료 등 각종 고정비용이 잇따라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련성 기자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이 크게 나빠져 더 이상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기업주와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구직자들에게 실업급여를 퍼주느라 재정이 파탄 났는데, 실업급여를 줄이기는커녕 고용보험료만 인상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후 매출이 반 토막나 빚만 쌓이는데 고용보험료를 올려주다가 내가 실업자 될 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1일 “고용보험료율 인상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꿋꿋이 일하고 있는 대다수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며 “고용보험 재정 악화는 코로나 위기 탓도 있지만 넉넉지 않은 재정 현실을 외면한 채 실업급여 혜택을 높이고 수급 요건을 완화한 데 기인한 부분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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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경영자들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실업급여만 노리는 얌체 구직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하는 송모(39)씨는 “코로나로 힘든 속에서도 최근 1년새 직원 2명을 뽑았는데 ‘면접 노쇼’가 하도 심해서 안 나타난 사람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놨다”고 했다. 실업급여 요건인 ‘일정기간 내 정당한 구직 활동’ 증빙용 이력서만 내고 면접에는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낸 고용보험료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면 분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최저임금·대출 이자 인상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봉제업체 등 영세 사업자들 사이에선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여기에 연동되는 4대 보험료도 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을 하청업자인 것처럼 등록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이중 부담을 줄여보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봉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하모(61)씨는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까지 동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엔 큰 악재다.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는 최모(45)씨는 매달 인건비로 1억500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 매출이 줄어 월급을 주기 어렵게 되자, 올해 초 은행에서 3억원을 빌렸다. 기존 대출 7억원까지 합치면 매달 나가는 이자만 300만원 가까이 된다. 최씨는 “금리가 올라 다음 달부터 이자가 늘게 생겼다”며 “내년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돈을 더 빌려야 할 수도 있어 암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