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모(25)씨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사를 2년째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떨어진 후 절치부심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면서,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다. 김씨는 “올해는 합격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며 “정규직 입사를 위해 공부해 온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가 한국경제연구원과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상위 10개 공기업의 채용 규모(계획)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들은 올해 총 3960명을 신규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채용 규모(연간 7102명)의 56% 수준이다. 비정규직 없애는 데 앞장섰던 공기업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크게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영향도 일부 있지만,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인력 운용의 경직성 때문에 공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정규직 총 825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한국전력의 경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신규 채용 규모는 1700명이었지만, 올해는 1100명으로 35% 감소했다. 한국공항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취업 준비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공기업들이 거의 절반 가까이 신규 채용을 줄였다. 이런 공기업들의 신규 채용 감소로 청년층의 취업률은 더욱 하락하고, 해당 기업들은 새로운 인재를 뽑지 못해 인력 순환이 안되고 경쟁력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적으로 추진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영향으로 가뜩이나 좁은 청년 취업문이 더 좁아지고 있다”며 “기존 일자리를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정책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