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최근 아이리시 해상의 풍속이 감소하면서 풍력 발전량이 급감, 전력 요금이 치솟는 등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북유럽 덴마크의 해상 풍력발전. / 조선일보 DB

아일랜드와 영국 그레이트브리튼섬 사이에 있는 아이리시해(海)의 풍속이 느려지면서 풍력 발전량이 줄고,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유럽 전력 가격이 치솟고 있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일랜드가 정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전력 부족을 경고하면서 영국의 전력 가격은 8일 MWh(메가와트시)당 2300파운드(약 370만원)까지 치솟았다.

아일랜드 전력 부족은 영국뿐 아니라 스페인, 독일, 프랑스의 전력 가격이 기존 기록을 경신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유럽은 각국의 전력망이 연결돼 있어, 한 국가의 전력 부족은 다른 국가의 전력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풍부한 풍력 발전을 바탕으로 영국에 전력을 수출해온 아일랜드는 최근 급격한 전력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아일랜드는 8일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황색 경보를 발령했고, 북아일랜드에서 아이리시해를 가로질러 스코틀랜드까지 수출하던 전력 수출도 끊었다.

현재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발전소 정지나 갑작스럽게 바람이 약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전력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전력 가격이 더욱 치솟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난방 수요가 늘면서 전력 소비자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공급이 충분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설비와 인력 등이 줄면서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유럽에서의 타이트한 가스 공급은 러시아에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운영될 때까지 좀체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영국에선 전력 생산량의 상당량을 차지하던 풍력발전에서 풍속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전력거래소 ‘Epex Spot SE’에 따르면, 8일 영국 전력 가격은 오후 3시쯤 2300파운드를 기록했다. 풍력과 가스 부족 사태가 빚어지기 전 평소 영국 전력 스팟 가격이 300~400파운드였던 데 비하면 6~7배가량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전력 도매가격(SMP)은 7월 기준 MWh당 8만7540원이다.

블룸버그는 “2300파운드는 이날 오전 8시 전력 가격의 10배 이상”이라며 “이는 올해 말 기온이 떨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전력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더 타임스도 9일(현지시각) ‘치솟는 전기·가스 가격이 재생에너지 의존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겨울이 오기도 전 이번 주 영국의 도매 가스와 전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풍력 발전 부족으로 지난 6일 당초 내년까지 폐쇄할 예정이던 마지막 남은 석탄 발전소 하나를 6개월 만에 재가동했다. 타임스는 전문가들이 영국이 수입 가스에 대한 의존도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풍력발전소를 건설함에 따라 전력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전력 가격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치솟고 있다. 스페인 전력 가격은 전날보다 7.5%오른 MWh당 152.32유로(약 21만원), 독일은 96.1유로(약 13만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의 전력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재생에너지와 가스 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대정전도 이상 한파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풍력 터빈이 얼어붙으면서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한계점이 분명한데도 문재인 정부가 원전을 줄이고 그 공백을 가스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메우고, 부족한 전력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수입해 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는 수입이 막히거나 이상 한파로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으면 공급이 끊길 수 있다. 또 태양광이나 풍력은 햇볕이나 바람이 갑자기 약해지면 발전량이 현격히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은 가야 할 길이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버리고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스스로 져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