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조선일보DB


킨앤파트너스에 거액의 투자금을 빌려줘 주목을 받아온 개인투자자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인 것으로 24일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킨앤파트너스는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 300억원가량을 댄 전주(錢主) 역할을 한 투자자문사다. 이 투자자문사는 화천대유에 돈을 댄 2015년쯤 ‘익명의 개인’에게 400억원을 빌려 자금을 조달했는데,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 개인의 정체를 둘러싸고 각종 해석이 쏟아졌다.

최 이사장은 킨앤파트너스측에 자금을 빌려주고, 고정 이자만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이사장은 킨앤파트너스에 400억원을 빌려줬으나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상당한 손실까지 본 것으로 밝혀졌다. 최 이사장의 자금을 굴려 거둔 수익은 킨앤파트너스가 모두 챙기고, 킨앤파트너스는 최 이사장에게 고정 이자만 지급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24일 킨앤파트너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인사들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박중수 전 대표가 설립한 킨앤파트너스에 400억원을 빌려주고 연 10%의 고정이자를 받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최 이사장은 당시 행복나눔재단에서도 근무했던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쌓여 킨앤파트너스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400억원을 빌리면서 킨앤파트너스가 보유한 도시개발 토지신탁계약의 우선 수익권을 담보로 제시했다. 킨앤파트너스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4호의 특정금전신탁이 박 전 대표가 제공한 담보다.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 투자 외에도 호텔·커피 사업을 벌였다. 최 이사장은 이 사업들에도 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매년 수십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손실이 4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화천대유에 대한 투자에서는 수익을 거뒀지만 다른 곳의 투자 손실이 너무 커지자 박씨는 최 이사장에게 약정된 이자는 물론 원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이사장은 박 전 대표와 협의를 통해 킨앤파트너스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최 이사장의 지인들을 킨앤파트너스에 참여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킨앤파트너스에 최 이사장의 재단 출신 인사들이 사내이사로 등재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차명으로 화천대유에 투자한 것은 아니며, 천하동인 4호의 실소유자가 최 이사장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화천대유에 투자하게 됐는지 경위는 최 이사장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