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특허청장이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한 지식재산 보호·육성을 강화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특허청 제공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인 디지털 경제 전환이 가속화돼 인공지능(AI) 등 신(新) 지식재산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 심화에 따른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 선점과 보호가 급선무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24일 “인공지능 창작물, 데이터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지식재산을 보호하고 산업적 활용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특허 신청 세계 4위(2020년), GDP 및 인구 대비 특허 신청 세계 1위(2019년), 표준특허 세계 1위(2020)로 지식재산 강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성과가 낮은 이른바 ‘R&D 패러독스’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청장은 “국가·기업 차원의 신기술 분야 기술·산업전략 수립과 핵심 기술 선점이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특허 데이터의 범국가적 활용을 지원하는 법 제정과 지식재산 보호제도 구축에 매진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

-기술패권 시대를 맞아 우리의 생존 전략은.

“핵심 기술 선점이 최대 과제다. 반도체, AI 등 첨단 분야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려야 한다. 특허분쟁 대응 방안 마련도 필수다. 신산업 분야 유망 과제를 찾고 원천·핵심기술이 될 반도체, 바이오, 태양광, 수소, 친환경차 분야 특허 정보를 분석, 연구개발 기관에 제공 중이다. 국제특허분쟁에 대응한 범정부적 지원체계도 구축하겠다. 기술 보호, 부정경쟁 방지, 디지털·국제협력 분야 정책 과제를 적극 발굴해 연내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기본 계획’을 세워 이행할 계획이다.”

-최근 기술경찰을 출범시켰다.

“특허청 산업재산조사과를 기술경찰과, 상표경찰과, 부정경쟁조사팀으로 개편했다. 기술경찰은 특허, 기술 침해·유출 수사를 맡는다. 최근 반도체 생산설비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 수사로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사전 차단했다. 기업이 공들여 개발한 혁신 기술과 안보 관련 핵심 기술의 유출 방지에 주력하겠다.”

-디지털 경제 신지식재산 분야 대응이 중요해 보인다.

“신기술 분야에서 연구·개발-사업화-연구·개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지식재산 혁신 전략을 마련했고, 디지털 신기술·데이터 보호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 특허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결국 우수 특허의 사업화가 중요한데.

“우수 특허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 지식재산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 특허분석 전문업체 육성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식재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민간 거래기관을 육성한 결과, 지원 거래기관의 계약 건수가 지원 전보다 2.4배, 중개수수료는 28배나 증가했다. 우수 지식재산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지식재산(IP)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IP금융’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지원 현황은.

“백신 등 개발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장벽에 부딪히면 소송 등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 최적의 방향을 찾도록 백신·치료제 개발 19개 기업에 맞춤형 특허전략을 제공했다. 백신은 지난해 9개 과제를 지원해 3개 기업이, 치료제는 10개 과제를 지원해 3개 기업이 임상시험까지 진입했다. 최근 mRNA 백신 플랫폼 특허분석을 완료해 산학연에 배포했다.”

-지난 8월까지 국내 지재권 출원이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19년 지재권 출원 50만건 달성 이후 2년 만에 6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2003년 지재권 출원 30만건 달성 이후 증가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업이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글로벌 기술력을 확보한 결과다.”

-코로나 사태 이후 변한 지식재산권 출원 양상과 각오는.

“코로나 기간에 오히려 지재권 출원이 늘었다. 특허는 전자상거래‧식품화학‧바이오 분야가, 상표는 방송통신‧가전‧가구 분야가 증가세를 주도한다. 기업들이 비대면, 의료‧위생 분야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다.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해 기업들이 창과 방패를 갖춰 경쟁력을 높이도록 앞장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