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뭐야?” SSG닷컴의 새 광고는 쇼핑몰 대표로 변신한 배우 유지태가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납치범이 차례로 가면을 벗자 양동근·박휘순·공효진·공유가 얼굴을 드러낸다. 3분을 넘게 봐도 액션 영화처럼 보일 뿐 광고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끝부분에서야 특정 기간 동안 신규 가입 고객에게 제품을 할인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영상은 5개 에피소드로 제작돼 TV와 유튜브 채널에서 방영됐다. 유튜브 조회 수는 58만 건이다. SSG 관계자는 “영상을 보는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쇼핑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 광고 후 SSG닷컴 앱 실행 건수가 48% 증가했다”고 했다.
영화·웹툰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상품·기업을 홍보하는 콘텐츠 커머스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이전엔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드라마 형태로 재미있게 표현하는 정도에 그쳤다. 최근엔 아예 재미있는 만화영화나 짧은 형식의 ‘숏 필름’을 제작하고, 홍보하려는 신상품과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웬만한 영화보다 화려한 캐스팅과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광고 아닌 척, ‘스토리텔링’으로 판다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은 최근 ‘돈쭐쇼’ ‘미션 파라써블’ 같은 웹 예능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재미 요소를 보강했다. 온라인 쇼핑몰 ‘컨비니’는 맛집 명인의 비결을 보여주는 짧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영상을 보던 고객이 흥미를 느낀 빵집이나 채소 가게 등을 자연스럽게 찾아가 주문하게 하는 방식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광고를 본 것이 아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발견한 기분이 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콘텐츠 커머스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패션업체 발렌시아가는 지난 2일(현지 시각) 파리 패션위크에서 10분짜리 만화영화 ‘심슨 가족(The Simpson)’ 특별 제작분을 공개했다. 만화영화 속 주인공 호머 심슨이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에게 아내의 생일 선물을 부탁하는 내용을 동화처럼 풀어낸 내용이다. 영국 가디언지 등은 “럭셔리 패션업체가 코로나 이후 기존의 도도함을 버리고 애니메이션같이 틀을 깨는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기발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20~30대 잠재적 고객까지 포섭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제작사를 인수하고 콘텐츠 부서 만들고
유통업체들은 콘텐츠 커머스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까지 만들고 있다. 패션업체 LF는 지난 7월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라이브·미디어 커머스 팀’을 따로 신설하고, PD와 무대감독, 작가 등 기존 패션업체에는 없는 방송직군 인력을 새로 뽑았다. 맛집이나 동네 뜨는 장소를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해 이달부터 매주 1회씩 LF 온라인몰에 해당 방송을 방영한다. LF 관계자는 “지난달 말 시계 관련 디지털 방송을 방영했더니 1만명이 봤고 이후 신규 회원이 2000명 늘었다”면서 “앞으로도 방송 제작 인력을 계속 충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드라마·광고 콘텐츠 회사 실크우드를 인수하고, 영상물 제작 자회사인 마인드마크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콘텐츠 강화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제품 판매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영화·음악·방송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작해 잠재적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커머스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신개념 상거래 방식.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예능 프로그램 등을 자체 제작·방영함으로써 제품 정보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