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비트코인을 1130억원에 사들여 한때 46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던 넥슨이 원금 회복을 넘어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13일 오전 8시 기준 개당 697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9월 29일 49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매수세가 붙으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가상자산을 금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그간 위축됐던 투자 심리를 깨웠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에 대거 투자했다가 원금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실을 봤던 넥슨도 원금회복을 넘어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게 됐다. 넥슨 일본법인은 지난 4월 말 평균 단가 5만8226달러(약 6597만원)일 때 비트코인 1717개를 약 1130억원에 사들였다. 비트코인 팁스터 리버러티맨이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전세계 기업 중 8위 규모다.
넥슨이 비트코인을 산 직후 시세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2만8000달러 선까지 추락했고, 넥슨은 지난 7월 1일 암호화폐 거래 손해액 44억9900만엔(약 458억원)을 영업 외 비용으로 계상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평가액은 1198억원 정도로, 매수 시점과 비교하면 약 68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넥슨이 비트코인을 매입한 지난 4월 28일 원/달러 환율이 1110.80원에서 현재 1200원 수준까지 뛴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수익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은 비트코인 장기보유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넥슨 관계자는 “비트코인 투자는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추가 매입이나 매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비트코인 시세가 하락했을 때에도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이어가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사의 현금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러한 기조에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지주사 NXC는 2017년 9월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코빗’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NXC의 벨기에 투자법인은 지난 7월 비트스탬프의 지주사 ‘비트스탬프 홀딩스’의 자본 증자에 참여해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