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왼쪽)과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이어 최근 링크트인 계정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링크트인은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킹에 특화된 소셜미디어(SNS)로, 글로벌 최고경영자와 각계 전문가, 일반 직원 등 6억5000만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에 소소한 개인 일상을 올리던 최 회장이 링크트인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링크트인 개설한 최태원·팔로어 70만 넘어선 정용진

최 회장은 지난 22일 링크트인 계정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프로필에 “대한민국에 본사를 둔 SK그룹 회장으로 재생에너지, 생명과학, 디지털 기술, 첨단 소재에 중점을 둔 회사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첫 게시물로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50년 전 시작한 산림 녹화 사업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미국 포드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도 언급하며 “SK는 산림 녹화 사업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결단과 추진력이 더 큰 성장을 만든다’는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고 썼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링크트인을 활용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벌 리더들과 공유하고 소통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 회장은 인스타그램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밤 12시에 라면을 끓여 먹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 등 소소한 일상을 올린다. ‘회장님도 라면 먹고 자면 얼굴 빵빵해지나요?’라는 팔로어의 질문에 ‘안 먹고 자도 빵빵합니다’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인스타그램은 ‘댓글 맛집’으로 불린다.

인스타그램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총수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꼽힌다. 이미 팔로어 70만명을 넘어선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신세계가 인수한 야구단 SSG랜더스, 골프장, 이마트·스타벅스 제품 등에 대한 사진을 자주 올리고 있다. 실제로 그가 올린 스타벅스 커피, 이마트 밀키트, SSG랜더스 굿즈 등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며 쏠쏠한 홍보 효과를 내기도 했다.

◇회장님 SNS 활동의 明暗

최 회장은 가까운 재계 총수들에게 소셜미디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인사는 “이런 SNS 활동은 대기업 총수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소개하며 ‘재벌’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대기업 총수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늘어나면, 정치·사회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은경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CEO(최고경영자)가 편하게 일상을 보여주며 소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친근감을 느끼고 해당 기업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사진과 영상에 친숙한 MZ세대에게 친밀감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고, 재계 총수의 경우에는 그 부정적인 효과가 본인뿐 아니라 그룹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본인이 요리해서 먹고 남은 생선 뼈 사진 등에 ‘고맙다. 미안하다’라고 적어 논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쓴 문구였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마트24의 가맹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자,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였다. 최 회장의 경우에도 가족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자기 기록과 타인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며 “다만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는 것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재계 인사는 “기업 경영 실적이 좋을 때는 다들 좋아하지만, 실적이 나빠지면 ‘역시 총수가 쓸데없는 일에 관심이 팔려 저렇게 됐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