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원전을 늘리기로 한 영국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17억파운드(약 2조70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재무부는 국민 세금인 17억파운드를 어느 원전에 투자할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총 사업비 200억파운드 규모의 서포크(suffolk) 시즈웰C 원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현재 영국은 13기의 원전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16%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2025년까지 폐쇄될 예정이다.
최근 북해의 풍력 발전량이 저조한 데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영국은 신규 원전을 건설해 전력난 해소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영국 정부는 영국 런던의 북동부에 위치한 서포크 지역에 시즈웰C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시즈웰A 원전은 영구정지된 상태고, 1995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시즈웰B 원전은 현재 가동 중이다. 가디언은 “정부 예산이 투입되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원전에 정부 직접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6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신규 원전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모델을 발표했다. 원전 건설 비용 일부를 가정용 전기요금에 부과하고, 나중에 원전이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전기요금을 인하해 주는 방식이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월 평균 1파운드(약 1600원) 미만의 전기요금을 추가 부담하면, 원전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한 이자 비용 등이 줄어 300억파운드(약 48조원)를 절약하는 셈이 된다고 영국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원전은 지속적으로 저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며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와 변동성이 큰 글로벌 가스 가격에 취약한 점을 줄여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17억파운드 정부 자금 지원과 관련, 영국 재무부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넷 제로(순배출량 제로) 전략의 핵심 축인 주요 원전 건설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원자력산업협회(NIA)의 톰 그레이트렉스 회장은 “신규 원전에 투자하지 않고는 넷 제로에 도달할 수 없다”며 “(정부 자금 투자는) 정부가 원자력을 청정 에너지 전환의 필수로 본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첨단 원전 기술 연구·개발(R&D)에 3억8500만파운드(약 6200억원)를 지원하고 있고, 원자력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별도로 1억2000만파운드(약 1900억원)를 책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