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미국 출장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 기업 모더나, 미국 최대 통신기업인 버라이즌의 경영진과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은 삼성의 신성장 사업으로, 앞으로 이 기업들과의 협력관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17일(현지 시각) 버라이즌의 미 뉴저지주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7조9000억원 규모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설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통신장비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당시 이 부회장은 수주를 위해 베스트베리 CEO와 수차례 직접 화상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하루 전인 16일에는 미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월부터 모더나 백신의 최종 병입 단계 생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물량을 국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과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데도 이 부회장과 모더나 최고경영진의 신뢰 관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백신 위탁생산을 위한 기술 도입과 삼성을 모더나 백신 생산의 아시아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에는 TV 부문 한종희 사장, 스마트폰 부문 노태문 사장뿐 아니라, 정현호 사업지원TF장(사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해외 출장에 정 사장이 동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정 사장이 동행한 것으로 미뤄볼 때 미국에서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뿐 아니라 M&A(인수합병)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19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리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추도식에는 불참할 예정이다. 삼성 사장단도 올해는 참석하지 않고 가족들만 모여 추도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