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삼성전자

미국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악관·의회 핵심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삼성전자의 미국 신규 반도체공장 투자계획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을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이번주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건설 장소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市)를 최종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미국에 약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백악관 핵심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부회장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과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에 대해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79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요청했으며, 삼성전자도 시한 전에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부회장과 백악관 핵심 인사들은 5G 네트워크,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사업을 중심으로 한 양국 정부 및 민간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이 외국 기업의 대표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핵심 참모들과의 면담 일정을 마련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만난 의원들은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의 미팅을 마친 후 미국 서부로 넘어가 글로벌 ICT 기업 경영진과 잇따라 만나 미래전략사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20일(현지시각)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방한한 나델라 CEO와 만나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한 양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7월에는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컨퍼런스에 나란히 참석했으며, 이후에도 전화·화상회의 등을 통해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어 아마존을 방문해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아마존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가하고 있으며, 삼성 스마트TV에 AI ‘알렉사’를 제공하는 등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양사 경영진은 이번 미팅을 통해 혁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