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가 이달 초 1000만명을 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24일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자축하는 행사를 열었지만,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 이동통신 3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 통신사업자를 육성하려는 알뜰폰의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10년 전 알뜰폰이 등장하게 된 것은 가계통신비를 줄이고 이동통신 3사 주도의 통신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는 대신,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알뜰폰 시장을 만들어 중견·중소 사업자를 키우는 게 목표였다.
가계통신비 절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알뜰폰은 초기에 노년층이 주로 사용해서 ‘효도폰’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했다. 제조사가 판매하는 스마트폰을 구매해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면 통신사 멤버십과 같은 혜택을 못 받는 대신 한 달 평균 1만5000~2만원의 요금을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알뜰폰 이용자들은 4G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통화나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에 만족한다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알뜰폰 시장을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인 SK텔링크(SK텔레콤),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KT),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계열)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5개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30%를 약간 웃돈다. 현대자동차나 테슬라 같은 사물인터넷(IoT) 사업자 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사업자의 점유율은 30% 정도이다. 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통신 3사 자회사들은 보조금과 사은품으로 마케팅을 펼치기 때문에 중소 업체가 경쟁하기 힘들다”고 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4일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와 자회사를 합계한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