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 텍사스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고 받을 수 있는 법인세 최대 감면 규모는 8조원으로, 같은 돈을 한국에 투자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법인세 최대 감면 혜택(2조원)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지가 24일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로, 테일러시가 삼성전자에 제공한다고 알려진 20년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인센티브와는 별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1.11.24 [공동취재]

현재 미국에서는 2024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투자액의 최대 40%에 해당하는 세액을 공제해주는 초당적인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이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간 20조원을 투자할 경우 그 40%에 달하는 8조원의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법안은 지난 6월 미 상원이 의결하고 현재 하원에서 심의 중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대기업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연간 투자 금액의 6%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즉 미국에 투자하는 20조원을 한국에 투자했다면 1조2000억원을 기본 공제 받는다.

한·미 반도체 시설 투자 법인세 감면 법안 비교

여기에 직전 3년 평균 투자액과 비교해 늘어난 투자 증가분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예컨대 올해보다 20조원 추가로 투자한다면, 이 금액 전체를 투자 증가분으로 인정받아 4%에 해당하는 8000억원을 추가로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총 2조원의 법인세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세금 혜택만 비교했지만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까지 감안하면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면서 “미국·유럽이 투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아직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