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원경 부사장(오른쪽)이 아랍에미리트(UAE)방문을 마치고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간의 중동출장을 마치고 9일 귀국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부회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조그만 회의가 있었다”며 “전세계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와서 전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CEO 교체 배경이나 앞으로의 해외출장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간다”고만 말했다. 이번 중동출장에는 외교관 출신의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공공업무팀장(부사장)이 함께했다.

외신에 따르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안 아부다비 왕세제는 매해 겨울 기업인들과 정계 원로 등을 아부다비로 초청해 비공개 포럼을 개최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말한 조그만 회의는 이 포럼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참석자 명단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데이비드 M. 루벤스타인(칼라일그룹 공동 창업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번 중동 출장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기에 새로운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5년 만에 미국을 찾아 열흘 동안 구글, MS, 버라이즌, 모더나 등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 강화 및 미래사업 전략 등을 논의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당시 그는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19년에도 중동으로 날아가 UAE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안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난 바 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5G 등 IT 분야에서 UAE 기업과 삼성전자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곧이어 한국을 찾은 빈 자예드 왕세제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으로 초청해 5G 통신을 시연하고,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공장을 소개했다. 빈 자예드 왕세제는 “인류의 삶을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최신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큰 관심이 있으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들을 응원한다”고 방명록에 썼다.

이 부회장은 중동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강조하며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2019년 6월 삼성 사장단과 회의를 갖고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협력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 해 9월에는 사우디로 출장을 떠나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계열사의 해외 현장을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