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탄소 배출 없는 ‘무공해 전력(Carbon Pollution-Free Electricity)’의 하나로 원자력 발전을 명시했다. 프랑스·영국 등이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原電)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도 공식적으로 원전을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에너지로 꼽은 것이다.
미 백악관은 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5%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탄소 중립)를 달성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 이후 모든 연방 기관이 ‘무공해 전력’만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2035년 이후 연방 정부의 모든 구매 차량을 탄소 배출 없는 전기차 등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해 해마다 6500억달러(약 765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무공해 전력’을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원으로 만들어진 전기”라고 정의하며 “해양⋅태양광⋅풍력⋅조력⋅지열⋅수력⋅원자력⋅수소 등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해 왔다. 원자력 업계에선 이번 행정명령 서명으로 SMR(소형 모듈 원자로) 같은 차세대 원전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 93기를 운영 중이며, 2기를 건설 중이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은 전력 수요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RE(Renewable Energy)100에서 원자력을 추가한 CE(Clean Energy)100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이번 미국 정부 발표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 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