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성공한 토종 스타트업들이 늘어나자 해외 벤처캐피털의 자본 유입도 급증하고 있다. 올 초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올해에만 4개의 유니콘이 탄생하면서 한국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미리 찾자는 것이다. 최근 중국 당국의 테크 기업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를 한국이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해외 벤처캐피털들은 과거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거나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중후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 브이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해외 벤처캐피털은 국내 147개 스타트업에 모두 4조9561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 8718억원(128개)의 5배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숙박 플랫폼 야놀자가 올해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초기 단계 투자도 1506억원으로 이미 전년(1419억원) 규모를 앞질렀다. 미국계 벤처캐피털 스트롱벤처스는 올해 영양제 분석 플랫폼 ‘필라이즈’(시드·기업 설립 단계 투자)와 미용·생활용품 스타트업 ‘심플리오’(시리즈A·첫 기관투자), 온라인 의류 생산 설루션 ‘팩토리유니콘’(시리즈A)에 투자했다.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트립’(시드)과 메이크업 콘텐츠 기반 쇼핑 플랫폼 ‘발라’(시드)는 굿워터캐피털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외국계 투자는 국내 스타트업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직방, 마켓컬리도 후기투자 단계에서 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에 등극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게 된 국내 벤처캐피털이 투자 전략 면에서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