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고현정이 분노하는 장면, 그는 가방을 바닥에 여러 번 내려쳤다. 그야말로 패대기친다고 할 만큼 격정적으로 감정을 쏟아냈다. 이 가방은 ‘명품 위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의 켈리백이다. 유명 연예인이 예쁘게 든다고 해도 협찬이 쉽지 않은 이 가방을 마음껏 내려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드라마에서 고현정의 스타일링을 책임진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이사는 지난 2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본에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급스러운 여인의 느낌’이라는 지문이 있었고, 힘을 다 뺀 스타일링을 일부러 연출했었다”며 “어떤 가방으로 해야 할지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와중에 고현정이 먼저 “저 집에 있는 백 있는데, 한 번에 할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가져온 가방은 개인 소장품인 에르메스 켈리백이었다.
한혜연은 “처음엔 말로만 그런 줄 알고 말렸는데 정말로 그걸로 (연기)할 요량이더라”며 “그런데 정말 한 번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모습을 모니터하면서 (고현정이) 한번 내려칠 때마다 똑같이 움찔움찔 했었다”고 했다.
에르메스 켈리백은 VIP 고객들도 2~3년은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는 희소성을 가진 가방이다. 1930년대 만들어진 이 핸드백은 1956년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가 임신한 배를 가리기 위해 사용한 후 주목받으면서 ‘켈리백’으로 불리게 됐다. 이에 에르메스 3대 회장인 로베르 뒤마가 직접 모나코 왕실로 찾아가 이 가방의 이름을 켈리라고 지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그 후 계속 사용하게 됐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는 몇 년을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고, 가격도 초고가라 명품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다”며 “에르메스는 상위 1% 계층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실제로 켈리백의 출시가는 1500만원 선이다. 크기와 가죽 소재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다. 이 가방을 사려면 다른 에르메스 제품을 구매해 실적을 쌓아야 하거나,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리셀러(재판매자) 시장에서는 최소 1000만원을 더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매장마다 평균적인 주문 대기자만 1000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돈이 있어도 가방을 구하는 것 자체가 워낙 어렵다 보니 재고가 있는데도 없는 척을 한다거나 회사 관계자를 아는 사람은 더 빨리 켈리백을 구할 수 있다는 루머도 나왔다. 악셀 뒤마 최고경영자는 “(전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주문해도 다른 고객과 똑같이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