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반면 한국 산업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뒤흔들었던 요소수처럼 우리나라 주요 수입 품목 1850개가 중국산 비율이 80%가 넘는다. 태양광 패널·배터리·LCD 같은 첨단 분야에서도 중국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중국산 태양 전지 시장점유율이 78%, 태양광 패널은 72%에 이른다. 흑연·리튬과 희토류 같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도 중국이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능력을 갖고 있지만 원료는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CATL 같은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기업으로의 배터리 소재 수출을 막을 경우 국내 제품 생산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
한때 한국이 글로벌 1위였던 LCD 패널 시장도 이미 중국 손에 완전히 넘어갔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 같은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 가격을 올릴 때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TV 사업이 휘청거릴 정도”이라고 말했다.
중국 게임 산업의 영향력은 ‘온라인 게임의 원조, 코리아’라는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다. 중국 게임 업체들은 연평균 200개씩 새 게임을 한국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중국 대표 게임사인 텐센트는 넷마블·크래프톤·CJ E&M·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 등 한국의 대표 게임·인터넷 기업의 주요 주주로 군림하며 국내 인기 게임의 중국 판권을 싹쓸이해 수조 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 게임은 중국 당국이 판호(허가증)를 내주지 않으면서 중국 진출이 수년째 막혀 있다. 한국 대표 게임 업체 넥슨은 2016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판호를 발급받았지만 아직 게임을 출시하지 못했다. 넥슨이 지난해 8월 중국 출시를 시도했지만 중국 파트너인 텐센트가 “미성년자 이용 시간과 결제 한도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며 돌연 출시를 연기한 뒤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2020년 12월 판호를 발급받은 컴투스도 2년째 게임 출시를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