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인스타그램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최신 게시글을 삭제하고 나서 해당 게시물을 다시 복구하겠다고 밝히는 해프닝이 6일 빚어졌다. 지난 5일 밤 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이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을 올리고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쓴 글이 갑자기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신세계그룹·인스타그램 캡쳐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린 특정 게시물을 삭제했다가 정 부회장이 항의하자,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하고 해당 글을 복구하는 해프닝이 6일 빚어졌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73만명에 이르는 정 부회장은 소셜미디어 활동이 가장 활발한 재계 총수로 꼽힌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5일 정 부회장이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올린 게시물이 삭제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정 부회장이 이날 밤 ‘게시물이 삭제됐습니다’ ‘회원님의 게시물이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합니다’라는 인스타그램 측 경고 메시지를 캡처해 올리고 이에 항의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멸공 단어가 포함된 이전 게시물이 40여 개가 되고, ‘멸공’ 관련 다른 사용자들의 글이 1000여 건이나 되는데, 왜 특정 게시물만 지워진 것이냐”며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라고 반발했다. 정 부회장의 글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시스템 오류” VS “팔로어 73만명인 내게도 이러면…”

이 같은 사실이 6일 언론에 보도되자, 인스타그램 측은 이날 오후 “해당 글이 시스템 오류로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는 자료를 내고, 정 부회장의 게시물을 복구했다. 인스타그램 측은 그러나 어떤 시스템 오류로 해당 게시물을 지웠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IT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쓴 ‘멸공’이란 단어로 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팔로어가 73만명이 넘는 나의 계정에 올라오는 글도 이렇게 자의적인 판단으로 지워지면, 다른 사람들의 글은 얼마나 쉽게 삭제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삭제 해프닝과 별개로, 정 부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멸공’류 게시물을 잇따라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 15일 평소 알고 지낸 피자집을 응원한다는 취지로 이 가게의 기념품인 붉은색 지갑을 손에 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ㅠㅠ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난공산당이싫어요’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주위 사람들이 “강렬한 빨간색이 중국 공산당을 연상시킨다”고 농담하자, 정 부회장도 별 뜻 없이 이런 설명을 올렸다고 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쏘아올린 ‘멸공’ 논란

이 글은 예상 못한 파장을 불러왔다. 각종 친여(親與)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글이 확산되면서 ‘친중(親中) 정책을 펴는 현 정권을 겨냥한 글’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쓴 글’이라는 해석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에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하자는 글까지 올라왔다.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정 부회장이 이런 글을 쓰는 걸 말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 부회장은 이후 ‘공산당이 싫다’는 발언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11월 17일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는 글을 올렸고, 이틀 뒤에는 추신수 선수로부터 받은 유니폼을 공개하며 ‘#주절주절 난 콩 상당히 싫습니다 #노빠꾸’라고 썼다. 여기서 ‘콩’은 공산당을 일컫는 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일엔 자사 야구단인 SSG랜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이것조차도 불편러(불편한 사람들)들이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라고도 썼다. 애초에 올린 글 자체가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측근들에게 “이 정도의 발언도 불편해 하는 사회는 비정상적인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