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5년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학생들도 원자력 전공을 외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원자력 분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수소산업 등 우리나라가 키우려는 미래산업 연구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17곳인데 학·석·박사 신입생은 2016년 802명에서 2020년 524명으로 34.7% 감소했다. 석사는 182명에서 106명으로 급감했다. 신입생 감소로 같은 기간 원자력 전공 재학생은 13.9%(2543→2190명) 줄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경우 18학번 신입생 정원은 32명이었는데 6명이 1년 내 자퇴했다. 18학번 한 학생은 “자퇴한 친구들 이외에도 전과하거나 졸업 후 로스쿨·변리사 등 다른 진로를 택한 동기도 많다”며 “대학원 진학 동기 중에도 원전과 직접 관련 없는 핵융합이나 방사선 분야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 학과 대학원 진학생 중 원전과 직접 관련이 있는 원자력시스템공학 전공자는 2017년 22명에서 2021년 13명으로 줄었지만, 2017년 1명만 선택했던 방사선공학 전공자는 2021년 9명으로 급증했다.

국내 4대 과학기술원 중 원자력공학과가 있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도 마찬가지다. 카이스트의 원자력·양자공학과는 2012~2016년 5년간 94명이 진학했지만, 2017~2021년에는 31명으로 줄었다. 유니스트 원자력공학과 역시 같은 기간 87명에서 19명으로 급감했다.

40년가량 신규 원전 건설이 없었던 미국은 뒤늦게 다시 원전을 지으려 했지만 전문 인력 부족, 부품 공급 문제가 겹치며 4기 중 2기를 포기했다. 4세대 원전 개발에 한국의 퇴직 기술자들을 데려갈 정도로 전문 인력 문제는 심각하다. 학계에선 원자력 전공자가 줄면서 원전 산업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기반에도 타격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원전은 하이테크 기술의 집합체로 한국 산업 기술 전반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했다”며 “탈원전 여파는 원전 산업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산업 기술 연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