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 사는 A(42)씨는 지난 7일 집 바로 아래까지 왔던 택배를 받지 못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기사의 파업 참여로 배송이 일주일이나 늦어지자, 대리점이 대신 배송에 나섰지만 노조원 10여 명이 몰려와 문 앞에서 A씨가 주문한 물건을 가져간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6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13/연합뉴스

작년 뇌경색이 발병한 A씨는 의사 권유에 따라 백신을 맞지 않았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준비할 게 많지만 백신패스가 없어 백화점이나 마트를 갈 수 없는 처지다. 인터넷 쇼핑에 모든 걸 의지해야하는 A씨로서는 택배 파업에 따른 고통이 말할 수 없이 크다. A씨는 “대리점 문자를 받고 드디어 택배가 오나 했는데 내 물건이 택배노조의 인질이냐”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배송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시작된 민주노총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이 택배 물량을 배송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리점 측의 대체 배송까지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제때 배송되지 못하고 있는 택배가 19만개에 이른다.

지난 5일 전주에선 파업으로 쌓여있는 물건을 보다 못한 대리점주가 배송에 나서려다 절도범으로 몰리는 일도 있었다. 노조원이 경찰에 ‘도난’ 신고한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객이 배송해 달라고 위탁한 상품을 노조원들은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불만, 대리점주와 마찰이 커지자, 일부 지역에선 노조원들이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일 부산 지역 노조원 4명은 아예 퇴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들은 ‘노조 활동으로 평소 잘 지내던 비노조원 기사와 사이가 멀어지고 대리점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 미안하다’며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김포의 노조원 5명도 “파업으로 생계가 어려우니 아예 쿠팡으로 옮겨 가겠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경기도 화성, 충북 단양, 울산, 대구 등지에서도 노조원 수십 명이 배송 업무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