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서울의 한 고용지원센터에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풀타임(full time·주 36시간 이상 근무) 일자리가 185만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 36시간 미만 근무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같은 기간 229만3000개 늘었다. 정부 출범 때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내걸며 일자리 정책을 국정 과제 1순위로 추진했지만 참담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산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친노조 정책 강화 등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지운 탓이라고 분석한다.

21일 본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통계청 고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풀타임 취업자는 2193만명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 2007만8000명으로 줄었다. 감소율 8.4%다.

풀타임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준 업종은 도·소매업(67만4000개 감소)이다.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2017년 3분기와 지난해 3분기 고용을 비교해보니, 도·소매업 대표 기업인 롯데쇼핑(-4548명), GS리테일(-3998명), 이마트(-2927명)가 일자리 감소 기업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도·소매업은 온라인 쇼핑 전환에 따른 업종 부진에 코로나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일자리 감소가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에서도 문 정부 출범 이후 풀타임 일자리가 35만3000개가 줄었다. 특히 탈원전 직격탄을 맞아 4년간 2000여개 일자리가 날아간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지난 4년간 우리 고용 시장에서 일자리 양만 조금 늘었고, 국민이 체감하는 좋은 일자리는 줄어든 것이 정부 통계에서도 나타났다”면서 “차기 정부는 단순히 일자리 수 늘리기보다는 생산성 높은 양질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를 뜻하는 풀 타임 고용률은 2017년만 해도 50%에 가까웠지만 지난해에는 44.5%로 떨어졌다.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는데, 특히 ‘경제 허리’인 40대의 감소 폭이 7.2%포인트로 가장 컸다.

반면 주 36시간 미만 근무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4년 사이에 229만3000개가 늘었다. 풀 타임 일자리 감소 폭보다 시간제 일자리 증가 폭이 좀 더 크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자랑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자리 성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2017년에는 전체 취업자 중 시간제 취업자 비율이 19.4%였는데, 지난해에는 24.6%로 급증했다. 지난해 취업자 4명 중 1명은 시간제 근로자라는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56)씨는 지난 연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3시간씩, 금요일은 2시간 근무하는 직원을 뽑았다. 주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는 주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보장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A씨는 “코로나 사태에 최저임금까지 크게 올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식당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한 주 1~14시간 일자리는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17년 96만개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51만2000개로 60% 가까이 증가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견·중소 제조업에서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잔업 근무를 못 하는 근로자 수입이 크게 줄어 줄줄이 제조 현장을 이탈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편의점이나 배달 같은 시간제 근로자로 합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