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상장을 하루 앞둔 26일, LG그룹 내부는 뒤숭숭하다. 유례 없는 공모주 흥행에 성공한 LG엔솔 직원들과 모회사인 LG화학 직원들 간에 온도 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LG엔솔 직원들은 우리 사주 850만주를 배정받았다. 근무 연차에 따라 적게는 1억원 후반에서 많게는 4억원어치 주식을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첫날인 27일, 거래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더블)가 되고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이 이뤄지면 이들은 단숨에 1억~4억원을 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에서 한 고객이 통화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LG화학 직원들은 “엔솔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먹여 살렸는데, 성과 보상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엔 LG화학 노조는 본사를 항의 방문, LG엔솔 IPO(기업공개)에 따른 수익 분배 또는 이를 반영한 성과급 지급을 강하게 주장했다. LG화학 안팎에서는 당초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850%를 지급하기로 했다가 더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에서 성과급을 대폭 올리면 다른 계열사들은 또 가만히 있겠느냐”며 “성과급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성과급 300%에 삼성 “우리도 300% 더 지급”

지난해 재계를 뜨겁게 달궜던 ‘성과급 논란’이 또다시 벌어질 조짐이다. 젊은 직원들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우리가 다른 회사 직원보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더 좋다. 그런데 성과급이 더 적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각 회사는 성과급 지급 규모와 시기를 둘러싸고 치열한 눈치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삼성그룹은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위기 극복 특별 격려금으로 기본급의 최대 200%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삼성 내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일주일 뒤 SK하이닉스가 전 직원에게 사상 최대 매출 달성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300%를 지급하겠다고 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삼성 내부 게시판에는 “어떻게 이천쌀집(SK하이닉스)보다 적게 받을 수 있느냐”며 불만이 쏟아졌다.

결국 삼성전자는 26일 반도체 부문 직원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메모리사업부에 월 기본급의 300%를, 반도체연구소에는 200%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초과 이익 성과급(OPI·옛 PS)을 최대 한도인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SK하이닉스 역시 초과 이익 분배 성과급(profit sharing)을 최대 한도인 기본급 1000%(연봉 50%)만큼 전 직원에게 지급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주요 대기업 직원들의 성과급 인상 목소리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IT 업계에서 촉발된 성과급·임금 인상 움직임이 최근에는 화학·자동차·철강 등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반도체 대란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같은 실적을 올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임금 인상 압력이 강해질 전망이다. 9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포스코 역시 오는 28일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까지 겹쳐, “올해는 성과 보상을 확실하게 받아내야 한다”는 직원들 목소리가 높다.

◇가상 화폐 거래소는 성과급 큰 폭 증가… 매출 부진 게임 업계는 잠잠

지난해 가상 자산 시장 호황으로 몇 배로 덩치를 불린 주요 가상 화폐 거래소는 ‘성과급 잔치’ 분위기다. 반면 지난해 성과급 인상 도미노 현상을 촉발한 게임 업계는 험악한 분위기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최근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 떨어지면서 지난해 8월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손실이 평균 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사주 취득 자금 마련을 위해 수억원대 대출을 받았는데 손해가 막심하다. 회사가 성과급으로라도 심기를 달래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5월 본사 직원 2500여 명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했지만, 최근 주가가 행사 가격보다 20% 낮아졌다. 한 카카오 직원은 익명 게시판에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로 직원들의 재산이 휴지 조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이 보상해줘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