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현 아워홈 대표. /조선DB

경영권을 둘러싸고 여동생들과 다툼을 벌여온 구본성(65) 전 아워홈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구 전 부회장은 작년 ‘보복 운전’ 논란 이후 아워홈 대표에서 해임됐다.

아워홈에서는 2016년부터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인 구지은(55) 대표의 싸움이 이어져왔다. 재계에서는 이게 정말 끝인지는 아직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7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아워홈의 지속적인 성장과 가족 간의 화목을 위해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은 구자학(92) 창립자의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6%, 구미현(62)·명진(58)·지은 세 자매가 총 59.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 자매는 작년 주주총회에서 보복 운전 논란을 빚은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막내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 전 부회장은 회사 측의 고소로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 실적이 나쁜 상황 속에서 구 전 부회장이 자신의 월급과 성과급을 정해진 한도보다 2배 가까이 높게 잡아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구 전 부회장 측은 “대표 재임 당시 준법 경영을 해 온 만큼 수사 과정에서 혐의 없음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 첫 전쟁은 장남이 이겨

아워홈은 2000년 LG그룹에서 구자학 창립자가 분리해 나온 식자재, 급식 회사다. 2020년 매출은 연결 기준으로 1조6000억원이었다.

오너 가문 인사 중 원래 먼저 경영을 맡았던 것은 막내 구지은 대표였다. 남매 중 유일하게 2004년부터 계속 경영 일을 해왔고, 2015~2016년 부터는 실질적으로 아워홈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6년 전문경영인 등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서, 1차전이 발발했다. 장남은 2016년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내세워 경영에 참여한 것이다. 구지은은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했다.

2017년 막내는 장남의 전문경영인 선임안에 반대하며 임시주총을 소집했으나 당시에는 장녀 구미현이 장남 편에 서면서 실패했다. 막내는 2019년 장남 구본성 부회장 아들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증액안을 반대하며 또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이후 아워홈이 캘리스코의 납품을 중단하면서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수년에 걸쳐 생긴 구원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아워홈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정말 끝났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LG+삼성 가문

구자학 창립자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아들 중 한명이다. 결혼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인 이숙희(87)씨와 했다. 구자학 창립자는 이 때문에 한 때 삼성그룹에서 일하기도 했다. 삼성과 LG가 사이가 좋았을 때였다. 그러나 이후 삼성 LG의 사이가 사업상의 경쟁 때문에 나빠지면서, 삼성을 나와 LG그룹에서 일했다. 이숙희 여사는 2010년대 초에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이에 벌어진 형제의 난에서 이맹희 회장 편을 들이도 했다. 그만큼 삼성그룹과 관계가 소원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