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날씨⋅시간에 따라 발전량 차이가 큰 간헐성이 단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가 필수다. 하지만 ESS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데다 수년 동안 정확한 원인조차 찾지 못하면서 ESS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가겠다며 가속페달만 밟고 있다.
9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ESS 화재는 총 33건 발생했다. 4년간 피해 규모만 451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12일 SK에너지 울산 공장, 17일 경북 군위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반복되는 ESS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9년 1월 발족한 조사위에서는 23개 사고 현장 중 20건이 충전 완료 후 대기 중 또는 충⋅방전 과정에서 났다는 점을 들어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등 ‘부실한 운영’을 화재 원인으로 발표했다. 이후 5건의 화재가 더 발생하자 같은 해 10월 다시 2차 조사위를 꾸렸고, 이번엔 ‘배터리 결함’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 사이 발생한 화재 4건을 두고서는 현재 3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오는 4월에나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6년까지 263개에 그쳤던 국내 ESS 설비는 2018년 한 해에만 975개 증가하며 1495개로 확대됐다. 하지만 화재가 잇따르면서 2019년에는 설치 대수 479개, 2020년에는 589개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2018년의 8분의 1 수준인 127개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ESS 업계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ESS 설치 비용도 문제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 가운데 태양광 비율이 50%까지 늘어날 경우, 약 460조원을 들여 1157GWh 규모 ESS를 설치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한계를 극복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ESS조차도 화재 등으로 크게 불안한 게 현실”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