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산업 현장에서 ‘산업재해 예방’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산업안전 설루션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확장현실(XR), 360도 웨어러블(착용형) 카메라,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을 활용해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들이다.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고객사 유치와 함께 자체 시스템 개발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들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역대급 처벌 수위를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안전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 ‘러브콜’ 쇄도

산업용 XR 스타트업 ‘버넥트’는 관리자와 현장 근로자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3D 현장 도면 등을 한꺼번에 공유하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XR 설루션’을 개발해 기술특례 상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LG화학, 삼성전자 등 39개 대기업·계열사와 한국전력, 공항공사 등 27개 공기업이 이 회사의 XR 설루션을 쓰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엔 한국가스공사 등 여러 공기업에서 XR 설루션 도입 및 점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태진 버넥트 대표는 “최근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 ‘링크플로우’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카메라를 내놨다. 이 회사의 ‘넥밴드형(形)’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는 공사장에서 주로 쓰이던 무전기를 대체하고 있다. 이 제품을 착용하면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주고받으며 통화도 할 수 있다. 관제센터에서 영상을 보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작업자에게 경고 알람을 보낸다. 롯데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이 주고객이다. 포스코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웨어러블 카메라 주문량을 대폭 늘렸다.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는 “건설·철강·중공업 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무스마’는 IoT 기반의 중장비 충돌 알림 센서를 개발해 중장비가 많이 쓰이는 산업 현장에 제공하고 있다. 크레인, 지게차 등 중장비에 저전력 IoT 센서를 붙여서 운전자에게 충돌 위험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등이 무스마의 IoT 센서를 도입했다. 무스마는 또 현대스틸산업 등 중장비 제조·임대사 10여 곳과 협업해 중장비 사고 예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 ‘엔젤스윙’은 드론을 띄워 건설 현장의 영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메타버스로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초저전력 센서를 개발하는 ‘노드톡스’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2에서 유해가스 감지기를 공개했다.

◇대기업도 첨단 안전 기술 개발 나서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자체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 서비스 기업 포스코ICT는 인공지능(AI), IoT, 클라우드 등 각종 기술을 동원해 제조·건설 현장의 안전을 관리하는 ‘스마트 안전관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투척형 IoT 가스감지 센서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 던지면 작업 시작 전 내부에 유해가스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스마트 안전장구 IoT 센서, 작업자 전용 관제 플랫폼 등을 개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도 첨단 기술을 잇달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VR을 활용한 안전 훈련 프로그램 ‘스마티’를 통해 안전 사고를 가상 환경에서 체험해보고 위험 요소를 예측할 수 있게 했다. 대우건설은 드론을 활용한 관제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작업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