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탄소 중립을 추진하며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니켈 등 원재료 확보를 위한 자원 개발에는 손을 놓고 있다. 최근 희소 금속 확보에 정부 지원을 확대한 일본, 2000년대 중반부터 자원 외교를 펼치며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리튬, 코발트 등을 확보해온 중국 등과 정반대 행보다.
10일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리튬·니켈·유연탄 등 광물 자원 분야 신규 사업은 2008년 71건에서 2017년 1건, 2020년엔 2건으로 줄었다. 2007년 4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신규 해외 석유·가스 개발 사업은 2018년 0건, 2020년 3건이었다. 2020년 총투자액은 전년보다 59.4% 급감한 2억7300만달러(약 3270억원)로 한 해 투자 규모가 26억3900만달러에 달했던 2010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과거 정부의 자원 개발을 ‘적폐’로 규정한 문 정부는 지난해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폐합하며 핵심 기능이었던 해외 자원 개발 직접투자 기능을 없애고 사실상 자원 개발 경쟁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광물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는 지난해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을 매입 금액보다 9000만달러(약 1100억원) 적은 1억5200만달러에 매각한 데 이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 등 10국 15건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석유, 가스는 물론 니켈, 리튬, 유연탄, 코발트 등 각종 광물 가격은 급등했다. 특히 4차산업 혁명이 빨라지면서 여기에 필요한 광물 수요는 양적·질적으로 늘고,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와 달리 수입할 수 있는 지역도 한정돼 있다. 특정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공급망이 무너지게 되고, 이는 국내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일본은 2004년 독립 기구인 일본 석유·가스·광물공사(JOGMEC)를 세워 자원 개발 사업이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체제를 갖췄다”고 말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했던 MB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자원 개발 정책도 과도한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아예 손을 놓는 것도 잘못”이라며 “이제라도 정권 차원보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