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전직 특허 담당 임원들이 제기한 특허 소송에 대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적극 반박하며, 이들이 영업비밀을 도용하고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반소(反訴)를 제기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13일(현지 시각) 미 텍사스 동부법원이 공개한 소송기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허법인 ‘시너지IP’와 음향기기·이어폰 업체인 ‘테키야’(TECHIYA)가 지난해 11월 이 법원에 제기한 휴대폰 음성인식 및 이어폰 관련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제기된 10건의 특허를 모두 침해하지 않았고, 동 소송에는 영업비밀 도용이라는 불법행위가 포함되어 특허권 행사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최근 제출했다. 삼성전자에서 10년간 특허전략을 총괄했던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IP는 이 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아메리카가 특허전문 업체 ‘스테이턴 테키야’의 특허 10건을 고의로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시너지IP는 삼성전자가 스테이턴 테키야의 ‘오디오 녹음 장치’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장치’ 특허를 무단으로 갤럭시S20시리즈와 갤럭시버즈, 빅스비 플랫폼 등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또 안 대표와 조 모 시너지IP 상무(전 삼성전자 IP센터 사내변호사)에 대해 영업비밀 도용, 신의성실 의무 위반, 민사법상 불법 공모를 이유로 반소를 제기하며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 불법행위(영업비밀 도용 및 이를 이용한 제소) 금지를 청구했다. 미국 법원사이트에 공개된 삼성전자 반소 소장에 따르면 안 대표는 삼성전자 IP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특허 전략 전반 및 특허 협상과 소송을 담당했고, 특히 이번 소송 대상인 음성인식 및 웨어러블 기술에 대한 삼성전자의 전략 및 관련 특허를 총괄했다. 조 상무는 IP센터 사내변호사로 재직 중 ‘테키야’의 특허 관련 각종 분석내용을 취득 및 열람했다. 삼성전자는 “이들은 재직 중 취득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도용하여 전 직장을 제소했다”며 “이는 재직중 취득한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악용하지 않을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또 안 대표가 재직 중에 이미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특허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고객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했고, 회사에 재직 중인 2019년 7월 특허업체 지코아를 설립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지코아는 지난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보유한 디지털 방송 표준 관련 특허를 145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스마트폰에 이어 TV분야에서도 삼성전자 등을 대상으로 특허권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극비로 취급되는 기업의 특허 협상 및 소송 전략, 사업 현황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특허 책임자가 퇴직하자마자 전 직장을 공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고, 직업윤리상 문제가 된다”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임원급 인력에 대한 영업비밀 보호 강화 등 정책적 대응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