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석 달 만에 흑자 전환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가 우려됐지만, 하순 들어 반도체, 석유제품 등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539억1000만달러, 수입은 25.1% 증가한 53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는 8억4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수출은 2012년 2월 기록했던 463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2월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무선통신, 컴퓨터, 디스플레이, 가전 등 IT(정보기술) 품목과 철강, 석유화학, 석유제품, 바이오 등이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2월 들어 1~10일 무역수지가 35억달러 적자를 나타내고, 20일까지도 17억달러 적자에 그치며 14개월 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막판 8일 동안 수출이 수입을 25억달러가량 웃돌며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앞서 우리 무역수지는 작년 12월 4억3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며 20개월 만에 적자로 주저앉은 데 이어 1월에는 월 기준 역대 최대인 48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 17억 달러 적자가 열흘만에 8억4000만달러 흑자로… 대선 앞두고 밀어내기?
오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무역수지가 현실화될 경우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과 에너지 수입 통관 지연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올 들어 국내 수입 1위인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 상반기 내내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올 1월 우리나라 수입액 602억달러 중 22%인 132억달러는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였다.
손호영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우리 수출입은 월초에는 에너지 수입이 많다가 하순으로 갈수록 반도체 등 수출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영향은 아직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