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 정부의 대(對) 러시아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수출 통제 규제 면제대상국에 포함됐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FDPR 규제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 달립 싱 미 백악관 NEC·NSC 부보좌관 등 미 정부 고위인사와 면담을 갖고, 한국을 러시아 수출 통제 관련 FDPR 면제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FDPR 면제 결정과 함께 미국 등 국제 사회와 유사한 수준의 추가적인 수출 통제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 상무부가 아닌 우리 산업부의 수출 허가를 받으면 러시아 수출이 가능해진다.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러시아 현지 자회사 등으로 보내는 자동차 부품이나 IT 부품 등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수출 물량은 미국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앞서 미국은 24일 대러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제재를 발표한 유럽연합(EU) 27국 등 32국에 대해서는 면제 조치를 했다. 당시 대러 제재 조치에 동참하지 못한 탓에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한국만 면제를 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외교부는 28일에야 대러 전략물자 수출 차단을 결정해 미국에 통보했고, 산업부는 미국과 협의를 시작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며칠 안에 한국을 FDPR 면제국 리스트에 포함하는 관보 게재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미국이 면제국가로 인정한 곳은 발표 당시 공개한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27국,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미국 주도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Five-Eyes)’ 회원국 4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추가된 수출통제 조치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 주최 기업 설명회 등을 통해 기업들에 조속히 안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