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프리윌린은 ‘수학 문제은행’인 매쓰플랫을 운영한다. AI가 시중 교재와 교과서를 분석해 수학 문제를 출제하는데, 자체 보유한 문제가 50만개 이상 쌓였다. 얼핏 보면 학생들을 겨냥한 서비스 같지만, 사실은 동네에서 소규모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나홀로 선생님’을 위한 것이다. 대형 프렌차이즈 학원처럼 매일 새로운 문제를 내기 어려운 1인 학원에 수학 문제를 제공하고 학생 관리 프로그램도 빌려준다. 연(年)단위 계약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월 구독료 20만원 정도만 내면 주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프리윌린 관계자는 “서울 주요 학원가 선생님들이 학원 사정에 맞춰 구독을 결정한다”며 “대치동에선 학원 넷 중 하나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홀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구독형 SaaS(Software as a Service·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골목상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기존 SaaS가 대기업·중소기업의 업무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돕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소프트웨어 사지 말고 월 구독료만 내세요”
스타트업 링크샵스는 서울 동대문 같은 도매시장에서 옷을 떼어다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옷가게가 주 고객이다. 월 9900원짜리 서비스를 구독하면 동대문에서 구매한 옷의 검수·배송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스타트업 아임웹은 쇼핑몰 홈페이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다. 월 3만원짜리 서비스를 구독하면 기본형 홈페이지에 원하는 디자인과 메뉴 등을 추가할 수 있어 손쉽게 그럴싸한 홈페이지를 제작·운영할 수 있다. 이 설루션을 활용해 홈페이지를 제작한 자영업자는 35만명 이상이다. 아임웹은 스스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정 소상공인을 겨냥한 구독 서비스도 있다. 식당·카페 등 요식업 점주들을 겨냥한 스타트업 스포카의 ‘도도 포인트’ 서비스는 월 3만~4만원대 구독료를 받고 포인트 적립 및 고객 데이터 관리 설루션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는 해당 사업 부문을 야놀자클라우드에 넘겼다. 스타트업 콜라보그라운드가 운영하는 ‘콜라보살롱’은 뷰티숍을 타깃으로 했다. 고객, 일정, 예약 관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설루션으로 1인 미용실, 1인 네일숍 등 소규모 업체 10만곳 이상을 확보했다.
◇소상공인 돕는 ‘착한 SaaS’, 정부도 예산 투입
이같은 구독형 SaaS는 저렴한 월 구독료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더욱 절실해졌지만, 막상 자영업자들은 영업 타격 등으로 디지털화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SaaS설루션을 구독하면 서비스를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면 언제든 구독을 중단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적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압도적 수의 소상공인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임웹 이수모 대표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갓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 스몰 브랜드나 제조업까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판로를 개척함으로써 우리도 고객 수가 전년 대비 8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역할이 확대되자 정부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022년도 클라우드 사업 통합설명회’를 열고 국내 중소기업·소상공인 600곳에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 및 전환비용, 이용료를 지원하기 위해 11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