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예정이던 신한울 1호기 가동이 반년 이상 늦춰진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한울 1호기 등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해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3월이었던 신한울 1호기의 가동 시점을 반년 이상 늦춰진 9~10월로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건설 일정이 늦춰진 신한울 2호기, 신고리 5·6호기도 줄줄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원전 업계에서는 “대통령 발언이 결국 선거용 립서비스였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가 세운 전력수급기본계획(2년 주기), 에너지기본계획(5년 주기)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주먹구구식 에너지 정책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한울 1호기 가동이 미뤄지면서 문 정부 때 신규 가동 원전은 1기에 그치게 됐다. 원전을 처음 도입한 박정희 정부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 중 최저 기록이다.

◇신한울 1호기 계획보다 5년 반 지연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1.4GW(기가와트)급 신한울 1호기는 오는 9~10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2011년 건설 허가가 난 신한울 1호기는 2017년 4월 상업 운전 계획이었다. 현 정부 들어 경주 지진에 따른 부지 안전성 평가, 기자재 품질 강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두 차례, 총 59개월 가동 일정이 밀렸고, 2020년 4월에야 완공했다. 작년 7월 시운전에 들어가면서 올 3월 상업 가동 예정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6개월 넘게 가동이 미뤄지면서 애초 계획보다 5년 반 지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한울 1호기는 국산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과 원자로냉각재펌프(RCP)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원전”이라며 “각종 오류를 잡아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신한울 1호기와 같은 APR1400 모델인 신고리 4호기는 앞서 6개월 만에 시운전을 끝내고 2019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반면 신한울 1호기는 시운전에만 1년 2개월 걸리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규제 기관의 과도한 자료 요구가 상업 운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한울 1호기 준공 이후 통상 6~8차례인 보고를 13차례나 받고도 시운전 허가를 해주지 않다가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이 커지자 허가를 내줬다.

◇ 문 정부, ‘신규 원전 1기’ 최저

정부의 전력 계획대로라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신고리 4호기를 비롯해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호기 등 신규 원전 4기가 운전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5년 이상 늦어진 신한울 1~2호기뿐 아니라 신고리 5~6호기도 건설 진행 여부를 둘러싼 공론화, 내진 성능 향상 등 각종 이유로 2년 반이 지연되면서 가동 시점이 밀리게 됐다.

신한울 1호기 가동이 올가을로 밀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신규 가동 원전이 1기에 그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부 때인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19년 고리 4호기까지 모두 원전 26기를 건설했다. 원전을 처음 도입한 박 대통령을 제외하면, 정권마다 2~6기 신규 원전이 가동에 들어갔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문을 닫고,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 논란 끝에 예정보다 3년 앞선 2019년 12월 영구 정지했다. 1.4GW급 신형 원전이 새로 가동했지만, 2기 총 1.3GW가 사라지면서 원전 설비용량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임기 내내 탈원전을 외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닥치자 대통령이 ‘원전은 주력 전원’이라고 앞뒤 안 맞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청와대나 정부 내에선 여전히 탈원전 인사들의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