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6년 만에 현지 심의를 통과하고, 한국 게임 출시가 임박하면서 사드(THAAD)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지속돼온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이 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과 한중 문화교류의 해(2021~2022년)가 겹쳤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한령 완화로 한중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가장 강력한 한한령 해제 신호가 나오고 있다”면서 “14억 중국의 게임·드라마·영화·음악·여행 시장이 다시 문을 열면 우리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가장 최근 신호는 중국 게임 업계에서 나왔다. 중국 최대 게임 유통사인 텐센트는 8일부터 한국 게임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출시가 임박했을 때 하는 최종 테스트 성격”이라며 “이르면 4~5월 중국에서 서비스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지난해 6월 중국 정부의 판호(허가증)를 받았는데 1년도 안 돼 현지 출시를 목전에 둔 것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단됐던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2020년 1건, 2021년 두 건으로 재개됐지만 아직 정식 출시는 없었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은 6년 만에 한국 드라마 방영을 재개했다. 중국 3대 OTT로 꼽히는 아이치이(바이두 계열)는 지난 3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공개했다. 한한령 이후 한국 드라마가 중국 광전총국(방송 규제 당국)의 심의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심의 신청 후 단 1개월여 만에 허가를 얻었다. 올 초 중국에서 드라마 ‘사임당’이 먼저 방영되긴 했지만, 한한령 이전인 2016년 11월 심의 통과한 한·중 합작 드라마였다. 중국판 유튜브인 비리비리(Bilibili)에서도 이달부터 한국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과 ‘인현왕후의 남자’, ‘또 오해영’이 줄줄이 방영된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나문희 주연의 영화 ‘오! 문희’가 중국 극장에 걸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국 빅테크들은 한국 콘텐츠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대형 소셜미디어 업체는 최근 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업체들과 콘텐츠 공급 계약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치이는 지난해 국내 드라마 지리산·간 떨어지는 동거 등의 해외 판권을 사들였다.
콘텐츠 분야뿐 아니라 국내 여행사들도 하반기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 입국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 여행객 전문인 뉴화청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한국 비자 신청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다만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전면적인 한한령 해제’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 움직임이 보이다가 다시 후퇴하는 경우가 과거에도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