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상반기 약 7000명 규모의 신입 사원 공채에 나선다. 오는 21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현대차·SK·LG·롯데그룹도 주요 직무·계열사별 신입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상반기 채용 시즌이 본격화됨에 따라 채용 공고는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채용 규모는 예년과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청년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와 기업의 고용 여력을 볼 때 현실적으로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리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상반기 7000명 선발… 21일까지 서류 접수

삼성그룹은 지난 11일부터 삼성전자·생명·물산·바이오로직스 등 20사에서 상반기 대졸 신입 사원 서류 접수를 받고 있다. 채용 규모는 약 7000여 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작년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향후 3년간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 인사팀 관계자는 “보통 반기에 5000명씩 뽑으면 되는데, 청년 일자리 창출 위해 반기에 약 7000명씩 신입 사원들을 뽑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대기업들이 없앤 공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특히 앞으로 3년간 채용하는 4만명 중 1만여 명을 미래 성장 산업 분야에서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 신입 사원 채용 규모가 예년보다 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5월 온라인 직무적성검사(GSAT)와 6월 면접을 거쳐 상반기 신입 공채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LG·현대차·롯데 등도 상반기 채용 진행 중

2019년부터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별로 현재 총무·품질관리·생산관리·부품 구매 등의 분야에서 오는 20일까지 신입 사원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계열사, 부서 별로 인력이 필요할 경우 수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사업본부별로 채용 연계형 인턴 사원을 모집 중이고, LG디스플레이·에너지솔루션·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도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부터 공채를 폐지한 SK그룹은 다양한 형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SK텔레콤·브로드밴드·11번가 등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5개 회사는 함께 신입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며 채용 희망자들의 코딩 실력을 따로 평가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상시 채용을 전면 도입한 롯데그룹도 올 상반기 20여 개 계열사별로 따로 신입 사원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필요 직무에 따라 채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세부 채용 공고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오는 17일 메타버스를 활용해 각 계열사들의 채용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채용 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포스코그룹도 오는 22일까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건설·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에서 대졸 신입 사원 서류 접수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음극재·양극재와 같은 2차 전지 소재 분야와 수소 등 신사업에서 채용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이달 17일까지 행정·토목·건축·전기 등의 분야에서 신입 사원을 모집 중이다.

하지만 대기업 전체적으로 보면 채용 인원이 예년보다 크게 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삼성과 SK그룹을 제외하면 인력 수요를 대폭 늘릴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전환을 맞아 기존 내연차 관련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본지가 국내 20대 그룹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지난해보다 올해 채용을 늘리겠다”는 곳은 5곳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