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기업 CEO(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법 시행에 따른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사내 안전 수칙이 전례 없이 강화되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 위험이 커진 데다, 인명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서는 간부 직원들이 휴가까지 반납하고 사고 수습에 나서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현대제철 대표가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100일간 휴가를 금지하고 휴일에도 출근하라고 지시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을 쓴 현대제철 직원은 “지난 8일 회사 경영진이 팀장급 이상 400여 명을 모아 화상회의를 했다”며 “회의에서 대표가 ‘팀장급 이상은 100일간 휴일 없이 비상 근무할 것’ ‘중대한 안전 수칙 위반이 3회 이상 반복될 경우 중징계할 것’ 등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현대체절은 지난 2일과 5일 당진제철소와 예산 공장에서 각각 사망 사고가 나 안동일 대표가 입건됐고 7일에는 압수 수색까지 당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 대표가 일부 유사한 발언을 했지만 안전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부터 사업장 내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걷는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를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사업장 부지 내에 휴대전화를 보며 걷는 직원을 단속하는 인력이 배치돼 적발된 직원의 이름을 노트에 메모한다고 한다. 이름이 적히면 소속 부서 조직장에게 전달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발되더라도 인사 고과에서 페널티를 주는 등의 징계 사항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한 직원은 “적발 횟수에 따라 경고를 받거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건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까지 시행되면서 기업들로선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만 사업자 의무 규정이 1222개 조문에 달한다”며 “처벌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없을뿐더러 부작용만 늘어나게 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