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지난달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왼쪽)와 '갤럭시 S22'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이 15일 마감하는 삼성전자 주주총회 온라인 투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갤럭시S22 성능 측정값 조작’ 파문이 글로벌 이슈로 번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대표이사를 연임시키는 안건과 올해에도 사내이사진에 작년과 같은 보수(報酬) 한도를 책정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한 데 대한 반발이다. 지난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를 포함한 사내이사 6명은 1인당 평균 63억원을 받아갔다. 이번 주총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비대면 투표 제도를 적극 활용, 해당 안건에 대한 반대표를 던지자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대선 끝났지만… 삼성 개미의 투표는 ‘오늘’까지

“투표합시다” “투표 1분도 안 걸립니다”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 삼성멤버스(삼성전자 고객 전용 커뮤니티 사이트), 클리앙, 에프엠코리아 등 여러 IT(정보통신)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 주주총회 투표에 참여해달라는 내용의 이 같은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투표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인증샷’도 따라붙는다.

올해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는 1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삼성전자 주총 소집 공고에 따르면, 이번 주총 안건은 3개다. 제 1호 재무제표 승인의 건(件), 제 2호 이사 선임의 건, 제 3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노리는 것은 제 2호와 3호다. 경영진이 ‘갤럭시S22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든지, 연봉이라도 깎든지 하라는 것이다.

지난달 하순 출시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2는 발열(發熱) 방지를 위해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트리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삼성 GOS가 당초 삼성전자 해명과 달리, 게임 이외의 앱에서도 작동하며 그런 와중에도 ‘성능측정 앱’이 돌아갈 때는 기기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글로벌 전자기기 성능측정(벤치마크) 전문사이트로부터 나오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갤랙시S22가 출시된 지난달 25일 기준 7만19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15일 오전 9시15분 기준 6만9900원까지 떨어졌다.

◇개미 시위 가능케한 코로나발(發) 온라인 주총

그동안 주주총회는 현장 참석만 가능했다. 때문에 직장인 등 생업에 바쁜 일반 주주는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2020년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비(非)대면 온라인 회의가 확산하면서, 온라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한국예탁결제원 투표 사이트(evote.ksd.or.kr 또는 모바일 evote.ksd.or.kr/m)에서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누구나 PC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간단하게 1주당 1표를 행사할 수 있게된 것이다. 삼성전자 주총 전자투표는 지난 6일부터 시작했고, 15일 끝난다. 주주총회 당일인 16일엔 온라인 투표는 불가능하다.

삼성멤버스, 디시인사이드(왼쪽 위), 에프엠코리아(왼쪽 아래), 클리앙(오른쪽 위) 등 여러 IT커뮤니티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오른쪽 아래)에 올라온 글 중 일부. 이들은 삼성전자 주주총회의 전자투표에 참여해달라면서 '사내이사 노태문 선임의 건'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커뮤니티

온라인에서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삼성전자 직원’임을 인증한 한 네티즌이 전자투표 참여를 부탁하면서 “주주는 원래 회사의 주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개 하찮은 직원으로서 민망하지만,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부분은 크다”며 “현재 삼성전자는 흔들리고 있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잘못 경영을 하는 경영진들이 잘려나가고 교체돼야 한다”고 했다.

◇10%대 불과한 개미 지분율, 승산은 낮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삼성 개미의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인 투자자의 의결권 수가 적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지난해 주식 열풍을 타고 폭발적으로 늘긴 했다. 작년 8월 기준 개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3.1%로, 2020년 말 6.5%의 배(倍)를 넘어섰다. 하지만 주총 결과를 바꾸긴 미약한 수준이다. 더욱이 너무 잘게 쪼개진 탓에 단체행동도 쉽지 않다. 작년 9월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19만명이다.

개인 외에는 외국인이 약 절반을 가지고 있고, 기관도 8~9%를 보유하고 있다.

제 53기 삼성전자 주주총회 전자투표 화면. 투표를 독려하는 많은 소액주주가 ‘사내이사 노태문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고 인증하고 있다. 또 투표 참여를 부탁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

◇개미들 “국민기업 삼성이 더 나아지길 바래서”

캠페인을 벌이는 소액주주들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번 주주총회를 삼성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일종의 ‘시위 무대’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스무살부터 용돈을 모아 삼성전자 십여주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생 A씨(26)는 “솔직히 계란으로 바위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답답한 마음에 투표했다”고 했다.

경기도 판교에 IT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B씨(33)는 “갤럭시를 꾸준히 샀고, 이번 갤럭시S22 울트라도 구매한 삼성폰의 팬”이라며 “개미지만 소비자이자 주주로서 회사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건에) 반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국민주’이자 세계적 브랜드인데, 아직 소비자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 사장은 갤럭시S22 논란과 관련, 자사 임직원에게는 지난 10일 사업부 타운홀미팅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직원 의견을 경청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주나 소비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안전을 너무 신경 쓰다보니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커뮤니티 글이 일반적인 여론으로 비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