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이 허용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중고차 판매업에 관한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미지정’ 결론을 내렸다.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이 관련 사업에 진출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의 경우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이 크기 때문에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완성차 업계가 진출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다만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기부의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결정 직후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중고차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 결정에 환영한다”며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소비자 권익 증대 등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던 완성차 업계는 이번 결정에 따라 즉시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 7일 ‘구매 후 5년 이내이면서 주행거리 10만㎞ 이내’인 자사 브랜드 중고 차량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200항목 품질검사를 통과한 신차 수준 중고차를 인증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신차를 구매할 때 기존 차를 판매하면, 보상 할인해주는 ‘트레이드인’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시장 독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올해 5%, 2023년 7%, 2024년 10%(국내 완성차 5사 기준)로 제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중고차 품질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게 된다. 현재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 비대칭이 심한 데다 허위 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또 판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넘길 때에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까지 장악하면서 시장 독점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를 매입하면서 신차를 할인 판매하는 식으로 중고차 시장도 금세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