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비정규직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에게 4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하자,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왜 우리는 안 주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전기병

현대차와 기아가 전 직원 특별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지난 4일이었다. 회사 측은 “코로나를 비롯해 어려운 국내외 상황 속에서 우리 제품의 상품성과 안전, 품질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지급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전 직원 격려금이 지난 연말 성과급 논란으로 불거진 사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회사 측은 당시 ‘탤런트 리워드’라는 명목으로 성과 좋은 10%만을 대상으로 500만원씩 지급했다. 하지만 이를 받지 못한 다수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했고 노조도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라”고 반발했다. 노조가 이번 전 직원 격려금을 두고 “사 측의 백기투항”이라고 선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계열사 노조가 들고 일어섰다. “차를 만드는 데 공헌한 우리를 무시했다”며 상경 투쟁·1인 시위 등을 벌이며 일제히 반발한 것이다. 현대모비스 울산·창원·진천 공장 노조원들은 최근 서울 역삼동 모비스 본사에서 상경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현대차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상당수를 공급하고 있다”며 계열사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노조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열차 등을 만드는 현대로템 노조도 “현대차 연결실적에 기여했다”며 “우리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처 예상 못 한 다른 계열사 노조들의 반발에 현대차·기아 경영진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도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후자(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라는 말이 나오는 삼성그룹처럼, 현대차그룹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사례를 보면서 연봉·성과급 문제는 모두가 만족해하는 해답이 없다는 걸 기업들이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