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프로듀서가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연봉·상여금·스톡옵션 포함)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공은 피독(본명 강효원·39) 하이브 수석 프로듀서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으로 399억2800만원을 비롯해 총 400억7700만원을 벌었다. 그는 방탄소년단 데뷔 때부터 함께하며 ‘봄날’ ‘피 땀 눈물’ ‘작은 것들을 위한 시’ ‘DNA’ 등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연봉 랭킹 1~3위를 한꺼번에 배출했다. 하이브 초창기 멤버인 윤석준 글로벌 최고경영자는 392억2900만원, 김신규 하이브 매니지먼트 총괄도 278억원을 받았다. 대부분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수입이다. 재계에서는 “주로 대기업 회장이나 IT 기업 오너가 최고 연봉에 이름을 올렸는데, 지난해에는 증시 호황과 기업공개(IPO)에 따른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로 순위가 크게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 400억원 받은 30대 BTS 작곡가가 연봉킹
임원 보수는 각 회사의 사업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사업 보고서는 그동안 3월 말 한꺼번에 공개됐는데, 지난해부터 공시 규정이 바뀌어 주주총회 일주일 전에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스톡옵션 대박… 회장님보다 많이 받아
올해 전문 경영인·임원 사이에서는 스톡옵션 대박이 많았다. 김효섭 전 크래프톤 대표는 스톡옵션 행사 이익 198억9000만원을 비롯해 총 218억원을 벌었다. SKC 이완재 사장도 스톡옵션 192억원을 포함해 모두 213억2700만원을 받았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급여 10억원에 IPO(기업공개) 성공에 따른 성과급 107억1200만원 등 총 117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40억9000만원)의 3~5배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62억4500만원), 장동현 SK㈜ 부회장(45억6700만원)도 최 회장보다 많았다.
카카오에서도 김범수 이사회 의장(10억400만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이 속출했다. 스톡옵션 121억원을 포함해 총 128억원을 받은 신정환 신사업담당,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82억원), 권승조 전 지적재산부문책임자(65억원),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61억원) 등이다.
삼성증권에서는 강정구 영업지점장이 영업 부문 성과보상제로 67억63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아,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23억1200만원)을 크게 앞질렀다.
◇오너가 1위 이재현 218억
오너 일가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전년(123억)보다 77% 증가한 218억6100만원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케미칼·쇼핑·제과·칠성·렌탈 등 계열사 6곳에서 총 150억원을 받았다. 아직 사업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롯데물산, 호텔롯데에서 2020년 각각 10억원, 17억5300만원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전체 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84억원으로 연봉킹이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40% 이상 감소한 106억원을 받았다.
4대 그룹 회장 중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LG에서 88억4000만원을 받아 연봉 1위를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총 87억7600만원을,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퇴직금 297억원을 포함해 총 302억원을 받았다.
지주회사인 SK㈜와 SK하이닉스에서 각각 연봉을 받은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직원들이 제기한 성과급 불만으로 하이닉스 연봉 반납을 약속하면서 SK㈜에서만 40억9000만원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 3월부터 급여와 연봉을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와 한화솔루션에서 각각 27억원, 한화건설에서 30억원 등 총 84억원을 받았다. 조현준 효성 회장(약 80억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약 78억원), 류진 풍산그룹 회장(약 77억원) 등이 연봉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