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한·중·일 대표 배터리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 신설에 나선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LG엔솔, 미 애리조나와 캐나다 온타리오에 신설
LG에너지솔루션은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기가와트시) 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올 2분기 공사를 시작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 기존 파우치형, 각형에 이어 전기차 스타트업 등에 공급하기 위해 원통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LG엔솔은 또 23일(현지시각)엔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투자발표행사를 갖고 총 4조8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계획도 내놨다. 2024년 상반기 가동을 시작해 2026년에는 45GWh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온타리오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크라이슬러·지프 등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들이 내놓을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라며 “이번에 투자하는 두 곳을 합쳐 2025년 이후 연 250만대가 넘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도 최근 북미 투자 추진
LG엔솔을 비롯해 SK온, 삼성SDI 등이 잇달아 북미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달 들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북미에 첫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테슬라에 납품하는 세계 3위 일본 파나소닉도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글로벌 배터리 강자들의 한판 대결이 북미에서 벌어지는 형국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CATL은 약 6조원을 투자해 연 8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북미에 세울 계획이고, 파나소닉도 수조원을 들여 미국 오클라호마나 캔자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온과 삼성SDI가 각각 포드, 스텔란티스와 합작 및 단독 공장을 추진하며 한국과 미국의 배터리 동맹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 일본의 주요 배터리업체들도 잇따라 공격적으로 북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앞으로 6년간 미국에서 새로 짓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 14곳 중 11곳은 한국 업체가 합작하거나 직접 짓는 곳이다.
◇미국 시장 성장률 눈길…캐나다·멕시코 등으로도 확대
미국은 2020년 기준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에 그칠 정도로 아직 보급률이 떨어지지만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지난해 46GWh 수준이었던 시장규모는 2025년에는 6배 수준인 286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높이고, 이들이 2050년까지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0~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북미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비와 인건비 등이 싼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인접국가에서도 공장 건설이 활발하다. 캐나다에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을 짓는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CATL도 북미 지역 첫 공장 부지로 멕시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