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견련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최진식 심팩 회장이 2022년 3월 24일 서울 여의도 심팩(simpac)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최진식(64) 신임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정치인, 위대한 교육가, 위대한 운동선수처럼 위대한 기업인의 존재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련은 기업인들의 성공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그레이트 챔피언즈 어워드(GCA)를 신설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선배 기업인에 대한 축하와 예우를 표하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이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의 정의는 업종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매출이 400억원(부동산업 등)~1500억원(1차 제조업 등) 이상이거나 자산규모가 5000억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최 회장은 지난달 24일 제 11대 중견련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에도 취임 일성으로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단체는 대기업 단체도, 중소기업 단체도 아닌 중견기업 단체가 가장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우리 회원사는 3년 전에는 매출이 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매출 조(兆)단위를 찍는 곳들이 있다”며 “맨땅에서 기업을 일으킨 1세대 기업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가장 활력이 넘치고, 이들 중견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면 우리 경제도 저절로 튼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견기업 숫자는 국내 전체 기업의 1.4%(5526개사)에 불과하지만, 고용의 13.8%(157만8000명), 매출액의 16.1%(770조 원)를 담당하고 있다. 최 회장은 “특히 제조 중견기업 1977사 중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1657개(84%)로, 중견기업은 주력 산업과 신산업 발전의 근본 토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3년의 임기 동안 중견기업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는데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2014년 시행된 중견기업특별법은 10년 동안만 운영되고 2024년7월22일 끝난다. 최 회장은 “이 법 제정 이후 조세특례제한법상 공제혜택이 확대되는 등 중견기업 경영환경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이 법이 없어지면 중견기업은 물론 한국 제조업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샐러리맨에서 1조2000억원 제조기업 오너로

최 회장은 동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 금융팀을 거친 뒤 18년 동안 증권가에서 일한 속칭 ‘성공한 샐러리맨’이었다. 유안타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에서는 입사 10년 만인 39세에 등기임원을 지냈고, K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누리투자증권에서는 IB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수십억원대 연봉을 받았다. 2001년 쌍용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쌍용정공(현 심팩)을 인수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1년 만에 투자금액(85억원)이 다 날라가고 적자가 계속되자, 직접 공장에서 일을 배우며 경영자의 길로 본격 뛰어든 것이다. 최 회장은 “사업자금에 쪼들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8억5000만원 대출을 받을 때, ‘멋모르고 제조업 들어와서 망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투자자일 때는 알 수 없었던 제조업의 ABC를 혹독하게 배우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후 최 회장은 합금철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현재 매출액 1조 2000억 원, 자산 2조 원의 중견기업으로 일궜다. 현재 심팩은 자동차와 가전 등에 쓰이는 금속을 압축‧성형하는 장비인 프레스기계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윤석열 당선인 인상과 내가 사장으로 모신 MB를 비교해보면…”

최 회장은 그동안 역대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며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지난 21일에는 윤석열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의 도시락 오찬 회동도 함께 했다. 최 회장은 “약 2시간30분 동안 윤 당선인과 이야기를 해보니 기업에 대한 훌륭한 시각이 있다. 기업인들 생각을 듣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를 하자면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비견될 수 있는 분인데 MB는 내가 사원(현대건설) 때 사장이셨기 때문에 선배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MB의 장점이자 단점이 (기업쪽)경험을 많이 해봤다는 것인데, 윤 당선인은 기업활동과 관련한 경험이 없으니까 오히려 귀를 더 열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