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인, 위대한 교육가, 위대한 운동선수처럼 위대한 기업인의 존재를 재조명해야 합니다.”
지난달 24일 취임한 최진식(64) 신임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심팩 회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팽배한 과도한 반(反)기업 정서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기업인들이 먼저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기업인들의 사회·경제적인 역할도 평가를 해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견련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의 단체다. 회원사 규모가 전체 기업 수의 1.4%(5526사)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고용의 13.8%(157만8000명)를 차지한다. 최 회장은 “중견련 회원사는 3년 전에는 평균 매출이 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조(兆) 단위를 찍는 곳도 있다”며 “중견련은 맨땅에서 기업을 일으킨 1세대 기업인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가장 활력이 넘치는 경제 단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견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한국 경제가 튼튼해질 수 있다”면서 “제조 중견기업 1977사 중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1657개(84%)로 중견기업은 주력 산업 및 신산업 발전의 근본 토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2년부터 중견련에 합류하면서 중견기업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2013년 12월엔 강호갑 전 회장과 함께 중견기업 특별법 제정을 이끌기도 했다. 최 회장은 3년 임기 동안 중견기업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2014년 시행된 중견기업특별법은 10년 한시법이어서 2024년 7월22일 효력이 끝난다”며 “이 법 제정 이후 중견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이 확대되면서 중견기업 경영 환경이 상당히 개선됐는데, 이 법이 없어지면 중견기업은 물론 한국 제조업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은 현대건설 금융팀을 거친 뒤 18년 동안 증권가에서 일했다.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입사 10년 만인 39세에 등기임원을 지냈고,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에서는 IB(Investment Bank)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수십억원대 연봉을 받기도 했다.
2001년 쌍용그룹 해체 과정에서 쌍용정공(현 심팩)을 인수하면서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1년 만에 투자 금액(85억원)을 모두 날리고도 적자가 계속되자, 직접 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배웠다고 한다. 최 회장은 “사업자금에 쪼들려 살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8억5000만원 대출받을 때, ‘멋모르고 제조업 하다 망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투자자일 때 알 수 없었던 제조업 ABC를 혹독하게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심팩은 자동차와 가전 등에 쓰이는 금속을 압축‧성형하는 장비인 프레스기계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최 회장은 합금철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회사를 매출 1조2000억 원, 자산 2조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성장 사다리의 핵심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중심으로서 중견기업만의 차별화된 의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