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은 외국인 근로자 선발·도입부터 체류·귀국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중추기관이다. 해마다 태국 등 16국에서 평균 5만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 입국을 통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힘써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며 외국인 근로자 입국 사업은 연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위한 첫 단계인 한국어능력시험 시행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송출국 16국 현지에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을 시행하는 것조차 어려워진 것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수험자가 시험장에 모이는 PBT(Paper Base Test) 방식은 아예 진행할 수 없었다. 수험 인원을 분산할 수 있는 컴퓨터 기반 CBT(Computer Base Test) 방식도 잦은 정전, 느린 인터넷 속도 등 열악한 환경 탓에 원활한 진행이 어려웠다.
공단은 코로나가 만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한국어능력시험 방식의 디지털 전환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공단은 2020년 12월 국내 중소 IT(정보기술)기업과 협업해 UBT(Ubiquitous Base Test) 시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국내외 모의 테스트를 진행하며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한 끝에 지난해 12월에는 네팔 수험자 5132명을 대상으로 첫 UBT 시험도 시행했다.
공단 관계자는 “UBT 방식은 기존 PBT·CBT 방식보다 코로나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험 환경을 제공하고 보안성과 공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UBT 방식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폐쇄 네트워크 기반 모바일 탭으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암호화된 시험 문제를 관리자와 수험자의 모바일 탭에 동기화시켜 시험을 시행, 보안성을 크게 강화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험자 신분을 확인함으로써 대리 응시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EPS-TOPIK 원서접수 시 수험자 지문과 얼굴 등 생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시험 당일 AI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생체정보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정확한 신분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시험 중에는 모바일 탭에 설치된 AI 감독 프로그램으로 수험자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을 줄였다. 강당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 수험자 간 충분한 거리를 두고 좌석을 배치해 코로나 속에서도 안전한 시험환경을 만들었다.
공단은 현재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 UBT 시험을 도입·운용 중이다. 앞으로 5년 내 16개 송출 국가 전체로 UBT 시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비대면·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외국인고용지원사업을 디지털로 전환함으로써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