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 키가 40여 년 전보다 남성은 6.4㎝, 여성은 5.3㎝ 커졌다. 하체가 긴 이른바 ‘롱다리’ 체형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30일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인 인체치수조사는 의류, 생활용품 등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79년부터 시작한 인체치수·형상 데이터 수집·보급 사업이다. 여덟 번째인 이번 조사는 2020년 5월부터 작년 12월까지 한국인 6839명을 대상으로 430개 항목을 측정했다.

남성 평균 키는 1979년 166.1㎝에서 지난해 172.5㎝가 됐고, 같은 기간 여성은 154.3㎝에서 159.6㎝로 커졌다. 남성의 경우엔 40대의 평균 키가 가장 변화가 많았다. 1979년 163.9㎝에서 지난해 173.2㎝가 됐다. 여성은 30대의 평균 키가 제일 큰 폭으로 변했다. 154㎝에서 161.9㎝가 됐다.

상반신은 짧아지고, 하반신은 길어지면서 키 대비 다리 길이 비율은 해당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4년과 비교해 모든 연령대와 성별에서 높아졌다. 남성은 다리 길이가 키의 43.7%에서 45.3%, 여성은 44.4%에서 45.8%로 각각 늘었다.

다만 인체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머리 길이 대비 키의 비율을 나타내는 두신 지수는 1990년대 이후 계속 7.2~7.3이었다.

남성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지난 40여 년간 꾸준히 증가해 한국 남자의 절반가량인 47%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BMI는 남성의 경우 1979년 22.1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4.9로 늘었다. BMI가 23~24.9이면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여성은 2015년과 비교해 35세 이상에서는 비만도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BMI는 1979년 22에서 지난해 22.6으로, 지난 40여 년간 22~23.1사이였다.

복부 비만의 지표인 허리둘레는 1979년 이후 20~40대 남자는 7.3~12.9㎝, 여자는 3.6~5.6㎝가 늘었다. 다만 직전 조사인 2015년과 비교하면 남성은 전 연령대에서 허리둘레가 증가했지만, 여성은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한국인 키가 커지면서 이에 맞춰 각종 제품도 대형화되고 있다. 1960년대 48㎝에 그쳤던 영화관 좌석 폭은 2000년대 들어 55㎝로 커졌고, 1974년 이후 43.5㎝로 유지돼온 지하철 좌석 폭은 2017년부터 48㎝로 개선됐다. 학생용 책상·의자도 과거에는 키 180㎝ 기준인 6호가 가장 컸지만, 2020년부터 키 195㎝에 맞춘 7호가 새로 도입됐다. 버스 내부 높이는 1970년대는 185㎝였는데, 지금은 2.1m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부엌 싱크대 상판은 과거 80㎝에서 1995년 85㎝, 2018년 89~90㎝로, 아파트 천장은 2.3m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선 2.4~2.5m로 높아졌다. 남성 정장 또한 2000년대 초반엔 키 170㎝ 치수가 가장 많이 팔렸지만, 최근 들어선 175㎝ 치수 판매량이 제일 많아졌다. 구두는 40년 전에는 여자 245㎜, 남자 275㎜가 가장 큰 치수였는데, 요즘은 250㎜, 280㎜까지 확대됐다.

최정식 국표원 과장은 “안마 의자, 청바지, 드라이기는 물론 최근 코로나 검사 부스 제작에도 인체치수조사 자료가 사용됐다”며 “앞으로 군복·군화 등으로 활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