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기 안양시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 중앙연구소. 한쪽엔 자동차 운전석 모양으로 만든 좌석에 사방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장착돼 있었다. 세종시 등 지역에서 시범운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과 원격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현황을 체크하는 모니터다. 한지형(41) 대표는 “자율주행차는 100% 안전이 보장될 때 의미가 있다”며 “자율주행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99%까지 왔지만, 비상 상황 때 완벽한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마지막 1%를 채우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국토부 허가를 받아 실제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차량은 200여 대다. 이중 a2z는 21대를 보유해 국내에서 가장 많다. a2z의 자율주행 차량 시험 운행거리는 서울과 부산을 230번 왕복할 수 있는 18만6622㎞로, 구글 웨이모, GM 크루즈, 포니AI, 아마존 죽스에 이어 세계 다섯째다.
한 대표는 현대차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담당 연구원이었다. 2017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탔던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승했던 넥소 자율주행차가 모두 한 대표와 동료들 작품이었다. 그는 2018년 11년간 몸담았던 현대차를 떠나 a2z를 창업하면서 “실제 활용 가능한 기술에 중점을 두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회사 이름을 a2z로 한 것도 “자율주행을 위한 인지·판단·제어 능력 등 A부터 Z까지 모든 기술을 가장 먼저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a2z 자율주행차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운전자가 함께 타기는 하지만, 거의 운전자 개입 없이 정해진 노선을 다닌다. 한 대표는 “서울, 세종, 광주, 울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가장 많은 시범 운행을 해봤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가 오랫동안 쌓였고, 자율주행 기술도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카카오모빌리티가 a2z에 전략적 투자에 나섰고, KT 등 통신사도 5G 스마트시티 연구⋅개발(R&D) 파트너로 a2z를 선택했다.
a2z의 목표는 테슬라,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노리는 양산형 자율주행 승용차가 아니다. 청소차·택배차·셔틀버스처럼 시속 50㎞ 이하로 운행하는 특수목적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해 먼저 시장에 안착하는 게 전략이다. 한 대표는 “자율주행차 틈새 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이미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선 a2z에 특수목적 자율주행차 실증 사업을 맡겼다. 대기업 실증 사업도 맡으면서 2019년 13억원이었던 매출이 2021년 52억원이 돼 4배로 뛰었다.
a2z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특수목적차량을 완성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아직 자율주행차에 대한 법적 근거와 윤리 규정 등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급하게 자율주행차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탄탄하게 기술력을 쌓아올려 100%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