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춘천을 잇는 양양고속도로의 가평 휴게소에선 매일 오전 9시 휴게소 내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 수십m씩 늘어선 긴 줄을 볼 수 있다.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 가운데 이곳에서만 구워 내놓는 ‘가평맛남샌드’를 사기 위해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하루 3500개만 파는데 연일 완판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작년 8월부터 가평 잣을 활용해서 쿠키를 만드는데 이제는 지역 명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제주 그린 한라봉 모히또 블렌디드(왼쪽). CU의 독도소주(오른쪽)

지역 특산물이 진화하고 있다.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 판매하던 지역 특상품을 유통·외식 대기업이 나서서 생산·판매하면서 제품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판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역 특산물 생산과 판매를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윈-윈 모델로 자평하고 있다.

◇기업이 만든 지역 특산물

파리바게뜨 ‘가평맛남샌드’의 시작은 제주도에서 판매하는 ‘제주마음샌드’였다. 파리바게뜨가 2019년 8월부터 제주공항 내 매장 2개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공항에는 이 제품을 사기 위해 새벽 5시까지 줄을 서는 사람이 생겼다.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는 이 제품은 제주 이외의 지역의 중고 마켓에서 정가 1만4000원(10개입)보다 비싼 2만원에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제주마음샌드는 전국 3개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 2년 6개월여 만에 1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며 “매장 하나당 하루 1만5000개만 파는 한정판이라는 특성과 해당 지역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이 만나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즘 제주 지역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매일 완판되는 메뉴가 있다. 제주산 한라봉으로 만든 케이크다. 제주 지역 22개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파는 특산 메뉴인데, 제주 관광객들 사이에서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 ‘제주 비자림 콜드브루’ ‘제주 그린 한라봉 모히또 블렌디드’ 같은 제주 특화 음료도 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1~3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제주도 색채가 물씬 나는 제품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관련 제품군을 늘렸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의 제주마음샌드(왼쪽). CU의 속초홍게라면(오른쪽)

편의점 GS25의 의성마늘빵, 무안양파빵은 의성·무안 지역 알리미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작년 1월 GS리테일이 자체 브랜드(PB)를 통해 내놓은 이 제품들은 의성과 무안의 GS25 매장에서 각각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판매량이 늘면서 해당 지역을 찾으면 꼭 먹어봐야 하는 빵으로 소문을 타고 있다. GS25 관계자는 “의성에서 마늘이 유명하고 무안에서 양파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편의점 빵이 알려주는 격”이라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해당 산지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지 앞세워 마케팅도

특산물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편의점 업계다. 지역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별화된 특산품으로 지역 소비자들과 밀착하려는 차원이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서 편의점과 손잡고 관광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CU가 작년 3·1절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독도 소주는 전국에서 시판됐지만 유독 울릉도 지역 7개 점포에서 전체 상품군 중 매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독도소주의 정식 제품명은 독도의 우편번호를 딴 ‘40240 독도 소주’.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관광객들에게 알리려는 뜻에서 기획됐다.

CU가 작년 10월부터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개발한 지역 시리즈 라면 4종(속초홍게 라면, 청양고추 라면, 제주마늘 라면, 부산어묵 라면)은 지역 특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고 지역명을 상품명에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CU 관계자는 “해당 상품들은 기성 라면과 달리 지역 유명 특산물을 이용해서 만든 제품으로 작년 한 해 동안 300만개가 넘게 팔렸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농촌진흥청의 추천을 받아 제주 천혜향, 경북 경산의 샤인머스캣, 강원도 치악산 황야 복숭아를 활용한 에이드 음료를 내놓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들 음료는 전체 음료군 매출에서 모두 5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지역의 특산물을 알릴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