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건설기계에서 노조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사무직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회사가 사무직에 대해 연봉제를 도입하는 대신 임금을 크게 올렸지만, 노조원인 대리급 이하 젊은 사무직들은 연봉제에 반대하는 노조 때문에 혜택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발끈한 젊은 사무직들은 노조 탈퇴 움직임마저 보이며 노조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건설기계 울산공장 전경 /현대건설기계

지난 1일 현대중공업그룹 내 건설기계 부문 3사(현대제뉴인·현대건설기계·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사무직의 임금 체계를 통일하는 내용의 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사무직 연봉은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 이상 인상된다.

하지만 과장급 이상 사무직만 연봉이 오르고, 대리급 이하 사무직 200여 명은 그 혜택을 볼 수 없는 처지다. 생산직과 대리급 이하 사무직을 아우르는 민주노총 산하 현대중공업지부가 사측의 사무직 연봉제 전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무직 노조원의 연봉제 전환을 위해서는 노조 동의가 필수다. 임금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는 노조 측은 “생산직은 호봉제, 사무직은 연봉제 식으로 한 노조 안에서 두 가지 임금 체계를 둘 수 없다”면서 연봉제 전환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MZ세대 사무직원들은 노조 게시판에 “연봉제 도입 반대에 대한 노조의 공식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직장인 익명 게시판과 메신저를 통해 노조 탈퇴 방법까지 공유하고 있다. 한 직원은 “5년이면 5000만원인데 왜 노조 때문에 이런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최근 노조가 사무직을 대상으로 연 간담회 자리에서도 노조는 “임단협에 목소리를 보태주면 정년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MZ세대 사무직들은 “정년까지 회사 다닐 생각 없으니 당장 연봉제에 동의하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김철희 경총 노사관계지원팀장은 “기존 노조의 획일적인 운영 방식으로는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요구를 더 이상 담아낼 수 없다”면서 “기성 세대 중심의 노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