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오전 전남 나주 한전공대 입학식에서 학생 대표가 선서하고 있다. 올해에만 정부 예산 290억원이 들어가는 학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설립된 한전공대가 올해 첫 입시에서 수험생들에게 문제 풀이를 위해 사전 정보를 제공하면서, 풍력·태양광 발전소에 대해서는 단점 없이 장점만 늘어놓은 반면,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단점을 장점보다 훨씬 부각시켜놓은 사실이 15일 드러났다. 원전에 우호적인 답안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것이다. 결국 시험에서 수험생들을 상대로 문 정부의 탈원전 지지를 유도하는 동시에 원전 지지자를 걸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5일 한전공대 등에 따르면, 이 학교는 올해 3월2일 개교를 앞두고 수시 전형으로 100명을 선발했다. 서류 평가를 통과한 대상자를 상대로 면접을 본 뒤 합격자를 발표했다. 면접 배점은 학생부 면접 30%에 창의성 면접 70%였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은 없었다.

올해 창의성 면접에는 이런 문제가 나왔다. 우선 학생들에게 한 도시의 지도와 석탄·원자력·풍력·태양광 등 4종류의 발전 설비를 제시한 뒤 “경제·사회·환경 등의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발전 설비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4종류의 발전 설비별로 ‘설치 조건’과 ‘환경 영향’을 적은 안내서를 문항에 첨부했다.

한전공대가 올해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응시생들에게 면접 답안 작성을 위해 제공한 기초자료.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선 단점이 길게 적힌 반면, 풍력과 태양광에 대해선 장점만 적혔다. /한전공대

설치조건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선 ‘육상에만 설치할 수 있으며, 냉각을 위해 주변에 물이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에 비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에는 똑같이 ‘육상 및 해상에 모두 설치 가능하다’고 적었다. ‘일조량이 좋은 곳’ 또는 ‘바람이 많이부는 곳’ 수준의 기초적 요구 조건에 관한 설명도 없었다.

이어진 ‘환경 영향’ 항목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원전에 대해서는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바람과 해류를 따라 이동하고, 유출 지점에서 가까울수록 영향이 크다. 생물체가 방사성 물질에 지나치게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의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고만 적었다.

태양광 패널 제작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나 수명을 다한 폐패널 처리 문제, 국내에서 발생하는 삼림훼손 등의 문제는 아예 소개하지 않았다.

다른 문제에서도 편향성 시비가 일었다. 평균 발전 비용에 관한 문제였다. 학교 측은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평균 발전 비용을 ‘2′로 책정하면서, 화석연료·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비용은 ‘15′로 책정한 뒤, 어떤 발전 설비를 설치할지 창의적으로 말해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공대의 설립 주체인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 사업자로부터 사들인 전기 중 지난해 평균 단가가 가장 싼 에너지원은 원전이었다. 킬로와트시(kWh)당 56.27원이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평균 단가는 106.88원으로 원전의 배(倍)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한전공대가 글로벌 에너지 특화 대학을 표방한다면서 실제로는 현 정부의 탈원전 이념 지지자를 뽑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특히 시험 문항에서 형식적인 중립조차 지키지 않은 안내서가 포함된 것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판을 한전공대 측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한전공대 관계자는 “그 같은 지적을 하는 쪽이야 말로 문제를 보는 시각이 편향된 것”이라며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시험 문제를 출제하지 않았으며, 시각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기계적 중립조차 필요없다는 시각을 가진 출제자가 누구냐’는 조선닷컴 질문에는 “알아보겠다”고 했다. ‘제공된 기초자료에 따라 문제를 풀면 원전 지지자는 불합격되는 구조 아니냐’는 조선닷컴 질문에는 “다른 문항에는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