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 등 외국계 IT기업들이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영업이익이 전년의 2배로 뛰는 ‘깜짝 실적’을 냈다. 하지만 이들이 낸 법인세는 구글 138억원을 포함해 모두 합쳐도 네이버가 낸 법인세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 외국계 기업들이 납세와 고용 의무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해외 명품 업체들도 작년 한국에서 매출을 3조원 이상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이익 대부분은 해외 본사 배당으로 돌아갔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923억5214만원을 올렸다고 14일 밝혔다. 전년 대비 32.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8%가 늘어난 293억7441만원이었다. 하지만 5조원대로 추산되는 스마트폰 앱 장터 결제 수수료(최대 30%)는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번 앱 장터 결제 수수료 매출이 서버가 있는 싱가포르의 구글아시아퍼시픽 몫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법인세가 8%포인트가량 낮다. 조세 회피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글을 비롯한 외국계 IT 기업 19곳이 낸 법인세(2020년 기준)를 다 합쳐도 네이버가 낸 법인세(4303억원)의 35.8% 수준에 불과했다.
넷플릭스의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도 14일 작년 매출 6316억7853만원, 영업이익 171억2887만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52%, 94% 늘어난 수치지만 영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고작 2%에 그친다. 지난해 오징어게임·지옥 같은 한국 작품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 매출의 80%가량을 콘텐츠 구입비 등 매출 원가 명목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법인에 송금했기 때문이다.
명품업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마찬가지다. 샤넬코리아는 작년 한국에서 매출 1조2238억원에 영업이익 24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32%, 67%가 뛰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40.2%가 늘어난 1조4681억원,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뛴 3019억원이었다. 에르메스코리아도 전년보다 26%가 늘어난 매출 5275억원, 전년보다 28% 증가한 영업이익 1704억원을 올렸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소속 디올도 호실적을 냈다. 작년 매출은 6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87%나 늘었고, 영업이익은 1047억원에서 2115억원이 돼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들은 이익 대부분을 해외 본사로 보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작년 당기순이익의 69%인 1560억원을 배당했고, 에르메스코리아는 76%인 960억원을 배당했다. 샤넬코리아도 당기순이익의 39%에 해당하는 690억원을 배당했다.